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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서울역사에 예술꽃 피었습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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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문화역서울 284’가 9일 개관했다. 87년 된 옛 서울역사의 재탄생이다. 역사 중앙홀에 설치미술가 이불이 공간의 죽음과 재생을 상징하는 조형물을 길게 드리웠다. 11일부터 개관기념 예술프로젝트 ‘카운트다운’이 관객을 맞는다. 미술영화음악무용 등 종합 예술축제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역(驛)은 도시를 바꿨고, 열차는 근대 문물을 가져왔다. 그리고 복원된 역사는 21세기 문화예술의 플랫폼이 되고자 한다. 옛 서울역사(사적 284호)를 복원한 ‘문화역서울 284’가 9일 개관했다. 개관 기념으로 앞으로 6개월간 ‘카운트다운(Countdown)’이라는 제목의 예술 프로젝트가 펼쳐진다.

 김수자·김주현·김홍석·박찬경·배영환·이불 등의 미술전시, 크라잉넛·브로콜리너마저·백현진 등 인디 뮤지션들의 공연, 복원·도시·시간을 주제로 구성된 영화 상영, 건축과 디자인 전문가들의 강연 등 총 60여 개의 문화행사가 건물 안팎, 길 건너 서울스퀘어 외벽에서 열린다.

 중앙홀 입구에는 이불이 조각 ‘The Secret Sharer’를 높은 천장에서부터 샹들리에처럼 길게 드리웠고, 그 앞에선 김홍석이 바닥으로부터 솟구쳐 오르는 흰색 물줄기 모양 조각 ‘분수’를 세워 조응한다.

 1·2등 대합실엔 이수경이 오랜 시간 여기서 사용되다 폐기된 샹들리에를 재활용해 만든 팔각형 무대를 설치, 전통춤 퍼포먼스를 벌인다. 역장실에선 배영환이 “안 되면 되게 하라, 훈련 중엔 인간 없다” “날 버리고 떠나간 너에게 올 가을엔 사랑의 편지를 띄우리라” 등 군생활의 애환을 담은 장병들의 제대 편지 160여 점을 모아 만든 슬라이드 ‘이별의 편지’를 상영한다. 과거 여기서 입영열차가 출발했음을 상기시키는 작품이다. 중앙홀 뒤쪽 통로엔 잭슨홍이 열차 모티브로 디자인한 ‘승객석’을 설치, 관객들의 쉼터 역할을 하도록 했다.

대합실서 플랫폼으로 이동하던 통로엔 잭슨홍이 기차 모양 조형물을 만들어 쉼터를 제공한다.

 ◆미래 준비하는 기억의 공간=1900년 개통한 경인철도의 남대문정거장이 오늘날 서울역의 시작이었다. 이 자리에 1925년 경성역사가 지어지면서 서울역은 명실상부한 서울의 관문으로 부각됐다. 경성역은 47년 서울역으로 이름을 바꿨고, 74년 지하철 1호선이 개통되면서 또 한 차례 전성기를 맞이했다가, 2004년 고속철도가 개통되면서 기차역으로서의 기능을 완전히 상실했다.

 ‘카운트다운’의 총감독인 김성원 서울과기대 교수는 “ 시간을 되돌려 과거의 모습 그대로 굳히는 복원에 그치지 않고, 가장 활발한 활동을 벌이는 전위적 예술가들이 반 년 간 내용을 바꿔가며 이곳을 살아있는 공간으로 되살릴 것”이라고 말했다. 관람은 11일부터 내년 2월 11일까지다. 9월 30일까지 무료 입장, 이후 성인 2000원. 02-3407-3500.

권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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