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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상 오셔로프 ‘헬륨 마술’ 캠프서 밝혀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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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7일 대전 KAIST에서 아시안 사이언스 캠프 참가자들이 오리엔테이션을 받고 있다. 아시아 19개국 젊은 과학도들과 노벨과학상 수상자 등이 13일까지 숙식을 함께하며 과학에 대한 꿈과 열정을 나눌 예정이다. [대전=프리랜서 김성태]

김은성

헬륨은 ‘기묘한 물질’이다. 저장용기 벽을 타고 위로 흐르거나 보통 액체가 통과할 수 없는 극도로 작은 틈새도 쉽게 빠져나간다. 섭씨 영하 271도 이하의 극저온에서 점성(粘性·viscosity)이 사라져 흐름에 대한 저항이 완전히 없어지는 초유체(超流體·superfluidity)로 변하기 때문에 가능한 ‘마술’이다. 더글러스 오셔로프(Douglas Dean Osheroff·66)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는 액체 헬륨에서 이런 마술을 부리는 초유체 현상을 발견한 공로로 1996년 노벨 물리학상을 받았다.

 외부에서 보면 고체인데 내부에서는 초유체 현상이 나타나는 헬륨도 있다. KAIST 김은성(39) 교수가 발견했다. 김 교수는 이 ‘초고체(超固體·supersolid)’ 헬륨을 발견한 공로로 마흔도 안 된 나이에 유력한 노벨상 후보로 꼽히고 있다.

 물질에 대한 상식을 깬 두 사람이 한 자리에서 만난다. ‘제2의 오셔로프’ ‘제2의 김은성’을 꿈꾸는 아시아 각국의 젊은(18~22세) 과학도들을 격려하고 자신의 지식과 경험을 나누기 위해서다. 8일 KAIST에서 막을 올리는 ‘지혜의 캠프’인 제5회 아시안 사이언스 캠프(ASC)가 그 무대다.

 캠프에서는 두 석학을 포함해 일본 고바야시 마코토(小林誠·2008년 노벨 물리학상) 박사와 조레스 알표로프(Zhores I. Alferov·2000년 물리학상) 박사 등 세계적인 석학 16명이 강연자로 나선다. 이들 중 노벨과학상 수상자가 7명이나 된다. 이들은 한국(40명) 등 아시아 19개국에서 엄격한 선발 과정을 거쳐 뽑힌 학생 192명과 함께 일주일간 먹고 자며, 과학에 대한 꿈과 열정을 나눌 예정이다.

 석학들은 일방적으로 지식을 전달하는 대신 학생들에게 스스로 묻고 고민하도록 유도할 계획이다. 대회 기간 석학과 학생들이 직접 만나 ‘눈높이 토론’을 하는 소그룹 모임(Camp)이 35번이나 열리는 게 그런 이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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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편 개막식 전날인 7일에는 각국 학생들이 서로의 문화를 소개하며 우정을 쌓는 문화 교류 기회도 가졌다. 이날 창의학습관에서 열린 전야제에서 일본·스리랑카 등 10개국 학생들이 자국의 전통 공연을 선보였다. 일본팀은 홋카이도(北海道) 민요인 소란부시(ソ-ラン節)에 맞춰 어부들이 풍어를 축하할 때 추는 춤을 선사했다. 스리랑카 팀은 실존 인물인 웨산 타라 왕의 결혼식 장면을 재현한 공연을 펼쳤다.

 ASC 조직위원장인 민동필 기초기술연구회 이사장은 학생들의 공연에 앞서 “10개 팀이 자발적으로 공연을 준비했다고 들었다”며 “자발성(voluntariness)이야말로 ASC의 정신을 가장 정확히 보여주는 단어다. 앞으로 일주일간 이 말을 잊지 말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아론 치에하노베르(Aaron Ciechanover·2004년 화학상), 조레스 알표로프 박사 등 노벨상 수상자들도 학생들과 함께 공연을 관람하며 아낌 없는 박수를 보냈다.

대전=박방주 과학전문기자, 김한별 기자
사진=프리랜서 김성태

◆ASC=일본의 고시바 마사토시(小柴昌俊, 2002년 물리학상), 대만의 리위안저(李遠哲·이원철, 86년 화학상) 박사가 2005년 독일 린다우 섬에서 열린 노벨상 수상자 캠프 ‘린다우 미팅’에 참석한 뒤 “아시아의 린다우 미팅을 만들자”고 의기투합해 만들었다. 2007년 타이베이(대만)에서 첫 캠프가 열렸고, 발리(인도네시아)·쓰쿠바(일본)·뭄바이(인도)에 이어 대전에서 5회 캠프가 열리게 됐다. 올해 대회는 한국물리학회·대한화학회·한국분자세포생물학회·기초의학협의회가 주최하고, 중앙일보 등이 후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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