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인난 겪는 美업계 '잠재 노동시장'으로 눈 돌려

중앙일보

입력

경기호황으로 구인난을 겪고 있는 미국 기업들이 대학생.주부.퇴직자 등 '잠재 노동시장' 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잠재 노동시장은 '돈 때문에 취업할 의사는 없지만 다른 조건이 좋을 경우 일할 수도 있는 계층' 이다.

미 기업들은 맞춤식 근무시간제, 물품할인권.탁아소.장학금 제공 등 다양한 수단을 동원해 이들에게 손짓을 보내고 있다.

이와 관련, 현재 미국의 잠재 노동인구를 어느 정도로 봐야할 것인지를 놓고 논란도 일고 있다고 뉴욕 타임스가 26일 보도했다.

◇ 취업〓대학생인 콘래드 벨은 최근 컴퓨터업체인 H&R블록의 기술센터에 임시직으로 취업했다.

임금은 시간당 11.54달러로 지난해 수준이었지만 수업을 빼먹지 않고도 편한 시간을 골라 주당 25시간만 근무하는 조건이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다.

이 회사는 이런 방식으로 모두 2백명의 대학생들을 최근 고용했다.

이 회사는 또 자질이 있다고 판단만 되면 전업주부.퇴직자.빈민층.군입대 예정자.장애인.밀입국자 등을 가리지 않고 채용했다.

저숙련직의 경우 시간당 임금이 8~9달러로 그리 높지는 않지만 대신 집에 급한 일이 생기면 당장 갈 수 있도록 교통편을 제공해주고 이밖에 탁아시설.물품할인권.경기장 입장권 등의 혜택이 제공됐다.

캔자스시티의 스프린트 고객전화센터는 주변에 카지노가 들어서 고임금을 미끼로 종업원들을 대거 뽑아가자 대학생들로 빈 자리를 메꿨다.

이 회사는 자율 근무제, 학비 지원 등은 물론 크리스마스에 선물을 제공하기도 한다.

◇ 논란〓고용가능한 인구(가용노동력)가 얼마로 볼 것인지를 놓고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등 정부와 해당 업계 사이에 상당한 견해차가 있다.

행정부는 현재 가용 노동력을 1천3백만명(임시직 3백만명 포함)으로 파악하고 있다. 앨런 그린스펀 FRB 의장은 그러나 임시직 근로자 3백만명을 제외한 1천만명으로 계산한다.

그린스펀 의장은 이를 토대로 미국의 노동력 부족이 심각해 인플레 압력으로 작용한다고 본다.

그러나 반박론자들은 "16~64세 가용 노동인력은 최대 3천6백만명" 이라며 "조건만 좋으면 일할 수도 있는 계층도 통계에 포함시켜야 한다" 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따라서 현재 임금상승에 의한 인플레 압력이 FRB의 우려만큼은 크지 않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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