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사업가들 지역사회 봉사에 눈돌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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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 밸리에서 일에 파묻혀 살다 보면 자신을 둘러싼 주변에 대한 관심에 소홀해지기 십상이다. 친구나 가족에 대한 배려는 물론이고 자원봉사 같은 데 시간을 할애하는 게 점점 어려워지는 현실이다.

이런 가운데 몇몇 젊은 창업가들은 종업원들에게 지역사회에서 봉사활동을 할 수 있도록 유급휴가를 제공하는 등 독특한 형태의 기업문화를 선보이고 있어 관심을 끌고 있다.

휴렛팩커드 같은 실리콘 밸리의 중견기업들은 오래 전부터 종업원들의 사회봉사활동에 대한 필요성을 인식해 왔다.

휴렛팩커드의 경우 한 달에 4시간 가량 회사에서 선정한 학교에서 봉사활동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왔다. 그러나 실리콘의 젊은 사업가들은 창업 초기부터 종업원들의 봉사활동을 아예 제도화하고 있고 이것이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다.

그 대표적인 예가 홈스테드 닷컴사와 래티튜트 닷컴사다. 홈스테드는 사용자들에게 쌍방형 웹사이트를 제공하고 있는데 하루 새 웹 설치 건수가 평균 1만건 정도나 된다.

사실 많은 기업들이 종업들의 자발적 참여를 부추기고 있긴 하나 대부분이 아직 제도화 단계에 있지는 않다. 홈스테드의 조 데빌라는 “우리는 립서비스에 그치는 것을 원치 않는다. 우리는 그것을 행동으로 보여 주려 한다”고 말한다. 홈스테드는 매달 하루 유급휴가를 주면서 봉사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젊은 창업자들은 종업원들에게 지역사회에 봉사할 수 있도록 유급휴가를 제공하는 등 독특한 기업문화를 형성해 가고 있다. 샌타 클래라의 정보통신 소프트웨어 업체인 래티튜트 역시 회사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직장생활과 봉사활동의 병행이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

이 회사의 에밀 왕 회장은 “실리콘 밸리의 생활은 스트레스의 연속이다. 우리가 지금 시도하는 것은 종업원들이 좀 더 완벽한 삶을 살 수 있게끔 돕는 것이다”고 강조했다. 래티튜트는 직원들에게 1년에 1주일 유급휴가를 제공, 지역사회에 대한 봉사에 나서도록 하고 있다.

이 회사 재정담당자인 패티 아키베크의 경우 샌타 클래라에 있는 윌 콕스 고등학교에서 경제학을 가르치는 것으로 자원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이는 회사정책에 호응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는 “시간이 너무 빨리 간다. 직장에서 근무하지 않는 것에 대한 죄책감을 느끼지 않고 이 일을 하는 것이 얼마나 좋은 것인지 모른다”고 말했다.

그는 만약 상사가 못마땅하게 여겼다면 자원봉사를 할 수 있었을지 불투명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종업원들에게 자원봉사를 허용하는 것은 그들 개개인에게 이득이 될 뿐만 아니라 회사도 사업상 큰 보탬이 된다.

젊은 창업가들이 종업원 자원봉사제를 적극 시행하고 있는 것은 무엇보다 이를 홍보전략의 일환으로 삼아 경쟁업체와 차별화를 꾀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종업원들에게 자원봉사와 개인적으로 보상받을 수 있는 사회활동을 허용하는 기업들은 이직률이 높지 않을 뿐만 아니라 직원들의 사기도 매우 높다는 사실이 한 조사결과 밝혀졌다.

필자의 개인적 견해로는 기업들이 직원들에게 더 많은 시간을 회사일에 쏟아붓도록 요구하는 현실을 감안할 때 가까운 장래에 실리콘 밸리의 창업기업들 대부분이 종업원 자원봉사제를 채용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판단이다. 창업가들이 근무시간을 희생해 자원봉사에 나서는 것에 어떤 가치를 발견하지 않는 한 종업원들이 경영진을 설득해 이 제도를 시행에 옮기도록 하는 것도 어려워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무실 밖에서 좀 더 의미있는 생활을 추구하는 미래의 샐러리맨들에겐 그리 많지는 않지만 일부 창업회사가 실리콘 밸리의 치열하고 복잡한 일상업무에서 잠시 벗어나 숨돌릴 여유를 주는 것은 커다란 위안이 될 수 있다.

데이비드 류 Click2Schools.com대표이사 davidl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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