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재단 우수연구센터 선정 잡음

중앙일보

입력

매년 10억원씩 9년간 90억원의 연구비를 지원받는 한국과학재단(사무총장 김정덕)의 `2000년 우수연구센터''(화학분야) 선정과정을둘러싸고 공정성 시비가 일고 있다.

`무기화학 첨단물질 화학연구센터''로 응모한 뒤 지난 2월말 탈락한 한국과학기술원(KAIST) 화학과 박준택 교수 등 관련 교수 19명은 최근 기자회견을 통해 "우수연구센터 선정이 불공정했다"며 화학분야 1차평가를 취소하고 재심해줄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

박 교수가 응모한 자유공모대상인 화학분야에 예비계획서를 제출한 대학은 A대(분석화학)와 B대(물리화학), C대( "), KAIST(무기화학) 등 4개 대학이었으나 KAIST와 C대는 심사과정에서 탈락했다.

박 교수는 이번에 평가를 담당한 재단내 심사위원 중에 무기화학분야를 심사할수 있는 전문가가 한명도 없어 정확한 평가가 내려질 수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B대의 경우 `총괄책임자가 연구종료일(2009년 2월) 현재 정년퇴임에 해당하지 않아야 한다''는 단서조항에도 불구하고 59세의 과제책임교수가 제출한 계획서가 받아들여졌다고 덧붙였다. 이밖에 투표로 일단 탈락대상을 정한후 점수를 매기도록 한 심사과정도 문제가 많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박준우(박준우. 이화여대 화학과교수) 심사위원장은 "평가위원이 물리화학전공 4명, 유기금속화학 2명, 고분자 1명, 분석화학 1명으로 구성돼 무기화학전공이 없는 것은 사실이나 박교수의 과제가 재료쪽이어서 재료분야를 심사할 수 있는 전문가는 4명정도 됐다"고 해명했다.

박 심사위원장은 "8명의 평가위원들에게 각 2개씩의 과제를 배분해 집중 검토를하도록 한후 각 과제에 대한 토론을 가졌다"면서 "평가위원 전원이 C대의 탈락에는견해를 같이했으나 나머지 3개팀에 대해서는 의견이 맞서 투표로 가장 좋지 않은 과제명을 써내도록 했다"고 밝혔다.

박 심사위원장은 "이런 투표방식은 특정 심사위원이 의도적으로 점수를 아주 낮게 줘 특정팀을 떨어뜨리는 것을 막기위한 조처였다"고 말했다.

과학재단측은 또 해외의 저명 석학을 초빙하거나 정년이 65세를 넘는 교수가 센터대표를 맡을 경우 도중에 센터장이 교체되는 문제가 발생, 올해부터 이런 정년조항을 삽입했으나 B대의 경우 박모 교수가 학교측으로부터 70세까지 정년연장을 받았기 때문에 문제가 되지 않았다면서 박교수 외에 11명이 이처럼 정년을 연장해 응모했었다고 밝혔다.

과학재단은 외부의 전문가들을 심사위원으로 위촉, `2000년 우수연구센터''(화학)선정과정에 나름대로 공정성확보를 위해 노력을 기울였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심사위원 선정에 무기화학전공자를 한명도 배치하지 않은 점 과제의질적 수준을 고려하지 않은채 1차 심사에서 50% 탈락이라는 가이드라인을 정해놓은것 등은 응모자들로부터 거센 반발을 살 수 있고 우수과제를 정확히 선별하는데 걸림돌이 될 수 있으므로 차후 개선해야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우수연구센터는 과학재단이 특정분야의 연구활성화 및 연구수준의 국제화를 위해 과학연구센터(SRC)와 공학연구센터(ERC)로 선정된 대학 내 센터에 9년간 90억원씩 지원하는 것으로 과학재단은 올해 143억원의 예산을 투입, 우수연구센터 22곳을오는 6월까지 선정할 계획이다.

한편 1차평가에서 탈락한 `무기화학 첨단물질 화학연구센터''는 KAIST, 서울대,고려대, 이화여대, 서강대, 성균관대, 충남대, 부강대 등에서 19명의 교수가 공동참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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