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바루기] 중국에선 ‘요정’이라 부르면 곤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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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평창 올림픽을 유치하는 데 국민 요정 김연아 선수도 큰 기여를 했다. 홍보대사를 맡은 그는 우아한 자태와 감동적 프레젠테이션으로 올림픽위원회 위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김연아 선수에게 항상 따라붙는 말은 ‘요정’이다. ‘국민 요정’ ‘세계 피겨 요정’ 등 ‘요정’이란 수식어가 자연스럽다. ‘요정(妖精)’은 사람의 모습을 하고 불가사의한 마력을 지닌 초자연적인 존재로, 서양 전설이나 동화에 많이 나온다. 일반적으로 아주 아름답고 매력적인 여자를 지칭하는 말로 쓰인다. ‘요정’은 여자라면 누구나 듣고 싶은 말이라 볼 수 있다.

 그러나 중국에서는 아무리 아름답고 매혹적인 여자라 해도 ‘요정’이라 부르면 안 된다. 중국어 ‘야오징(妖精)’은 주로 요사스러운 여자, 음탕한 여자, 요망한 년, 여우 같은 년 등을 의미한다. 아주 심한 욕이자 악담이다. 만약 중국에서 국민적으로 추앙받는 여자 선수나 배우 등에게 나름대로 찬사를 보낸다고 해서 ‘야오징’이라 불렀다가는 큰일이 나고 만다.

 일본에서는 괜찮다. 일본어로 ‘요정(妖精)’은 ‘요세(ようせい)’ 또는 영어의 일본식 발음인 ‘훼아리(fairy)’라 부르며 우리처럼 아름답고 매력적인 여자를 가리키는 말로 사용된다.

배상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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