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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 대통령 노린 북한 폭탄 테러, 수행원 17명 순직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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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3년 10월 9일 ‘버마’(현 미얀마)의 수도 양곤에 위치한 아웅 산 묘역에서 북한이 설치한 폭탄이 폭발해 한국인 17명과 버마인 4명 등 21명이 사망하고 수십 명이 부상당한 테러사건이 터졌다. 이 사건으로 서석준 부총리, 이범석 외무부 장관, 김동휘 상공부 장관 등 각료와 이중현 동아일보 기자 등 수행원 17명이 순직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은 당시 동남아시아 5개국 순방차 버마를 공식 방문했다. 사건 당일에는 버마의 독립운동가 아웅 산의 묘소 참배가 예정돼 있었고 사건이 일어난 오전 10시28분에는 애국가 예행연습 중이었다. 전 전 대통령은 행사 참가를 위해 이동 중인 상태라 사고를 피할 수 있었다.

사고 직후 전 대통령은 나머지 일정을 모두 중단하고 이튿날 새벽 귀국했고 우리 정부는 조사단을 현지에 파견해 버마 정부와 합동 조사를 벌였다. 조사단은 김정일의 친필지령을 받은 북한군 정찰국 특공대 소속 진모(아직 이름이 밝혀지지 않음) 소좌, 강민철·신기철 대위가 사건을 벌였다는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이들은 버마 주재 북한 대사관 정무 담당 참사관 전창휘의 집에 은거한 후 전 대통령 일행이 버마에 도착하기 하루 전날 새벽에 아웅 산 묘소로 잠입, 2개 폭탄을 지붕에 설치한 것으로 밝혀졌다.

버마 경찰은 10일 오후 9시30분 소형 보트를 타고 도주하던 강민철을 체포했다. 강은 포위되자 수류탄 안전핀을 뽑고 저항하다 터뜨려 오른팔이 잘려나갔다. 11일 오전에는 신기철과 진모 소좌가 발견돼 신은 사살됐다. 진모 소좌는 놓쳤지만 다음 날인 12일 검거했다. 진 소좌는 이듬해 사형이 집행됐고 강민철은 미얀마에서 복역 중 중증 간질환을 앓다 2008년 5월 18일 53세로 사망했다. 북한 외무성은 공작원들이 김정일의 지령을 받은 사실이 확인됐음에도 사건 직후 각서 형식으로 각국에 변명 자료를 돌려 “남한에 의해 날조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당시 사회주의 성향의 버마는 북한과 가까웠으나 독립 영웅인 아웅 산 묘역에서 폭탄테러를 일으킨 데 대해 분노해 북한과 즉시 단교했다. 코스타리카·코모로·서사모아 3국도 단교했다. 미국·일본 등 세계 69개국이 대북한 규탄성명을 발표했다. 국내에서는 순직한 희생자들에 대한 합동국민장이 거행됐다. 각 대학의 가을 축제가 모두 취소·연기됐고 방송국은 오락 프로그램을 취소했다.

김기태 인턴기자 (경희대 언론정보학) rich184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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