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둔생활하는 인터넷창시자

중앙일보

입력

인터넷을 즐기는 사람이나 이 때문에 걱정만 늘어난 사람이나 "도대체 인터넷은 누가 만들었으며, 그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지" 에 대해 의문을 품을 만하다.

새너제이 머큐리 뉴스는 최근 인터넷을 처음 창안한 로버트 W 테일러 (68)
를 찾아내 근황을 소개했다.

4년전 은퇴한 그는 언론이나 정보통신업계의 접촉을 피해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교외에서 두마리의 푸들을 기르며 홀로 살고 있었다.

정보통신 전문가들의 기억에서 조차 차츰 지워지던 그가 다시 주목 받게된 것은 지난 14일 미국정부가 수여한 '1999년의 국가 과학.기술 메달' 의 수상자로 선정됐기 때문. 미 행정부는 "미국이 개인용 컴퓨터 (PC)
와 컴퓨터 네트워크 분야에서 세계의 선두에 서는데 지대한 공헌을 해 과학기술분야 최고의 상을 수여키로 했다" 고 밝혔지만 그는 백악관에서 클린턴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열리는 수상식에 참석하지 않겠다고 통보했다. 수상식에는 옛 동료가 대리참석했다.

"40년동안 일을 하며 수백만 마일을 돌아 다녔다. 더이상 먼 여행을 하고 싶지 않다" 다는 게 그가 말하는 이유. 그러나 머큐리 뉴스는 그가 인터넷 관련 기술을 개발했다는 이유로 유명세를 떨치며 거액을 번 다른 기술자들과는 달리 그동안 관련업계의 접촉을 피해온 점으로 미뤄 그의 이러한 은둔 생활을 상업적 목적에 이용되지 않으려는 뜻으로 해석했다.

인터넷의 기원에 대한 정확한 기준은 없지만 그가 1968년 미 국방부 첨단연구계획기구 (ARPA)
의 국장으로 일하며 만든 아파넷 (ARPAnet)
이 원조라는게 일반적인 시각이다.아파넷은 미국 주요대학의 연구소들과 ARPA의 자료를 공유하기위해 컴퓨터망을 연결한 것이었다.

그는 당시 '의사소통 도구로서의 컴퓨터' 라는 보고서를 발표, '가상 공동체 (virtual community)
' 등의 개념을 사용하며 컴퓨터망의 발전을 예고했다.

그는 2년뒤에 제록스사의 파울로 알토 연구소의 책임자로 자리를 옮겨 이더넷 (Ethernet)
라는 지역 컴퓨터망과 최초의 개인용 컴퓨터 '알토 (Alto)
' 를 만들었다. 레이져 프린터와 워드프로세싱 프로그램도 그의 연구소에서 개발됐다.

최근의 인터넷 발전에 대해 "처음 생각했던 것보다는 발전 속도가 더디다" 고 평가하는 그는 "인터넷 이용을 일부 계층의 특권이 아니라 모든 사람이 누려야하는 권리로 인식해야 한다" 고 소신을 피력했다.

일찌기 1968년의 보고서에서 "디지털 기술의 발전이 이를 이용할 수 있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들의 분절을 유발해 지적 기회의 불균등을 초래할 것" 이라고 예언했던 그가 최초의 문제 의식을 다시 드러낸 것이었다.

그는 해결책으로 정부가 모든 사람이 인터넷을 이용할 수 이 있도록 지원을 하고 사회기관들도 이에 동참할 것을 제안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아직도 인터넷은 시작단계에 있으며 불균등의 문제도 차츰 개선될 것" 이라고 낙관했다.

이상언 기자 <joonn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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