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드형 친환경 면 생리대 특허 낸 여고생 이지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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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작은 차이가 큰 차이를 만드는 거 아닐까요? 아무리 친환경 제품이라도 쓰기 편해야 더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죠.”

 고3 수험생인 이지연(18·세화여고·사진)양은 지난 5월 밴드형 면 생리대의 특허를 출원했다. 이미 기존에 나온 제품은 많았지만 아쉬움이 많았기 때문. 단점을 개선하면 더 많은 여자들이 썩는 데만 100년씩 걸리는 일회용 생리대 대신 면 생리대를 쓰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다.

 “아이디어는 간단했어요. 기존 제품이 융으로 만든 천 속에 타월지를 넣는 구조라면 저는 겉과 속을 바꿨죠. 타월지가 피부에 닿는 감촉이 더 좋으니까요. 대신 타월지를 고정시키려고 양끝에 밴드를 만들었어요.”

개발에 앞서 지난해 7월 설문조사부터 했다. 주변 친구들 12명에게 면 생리대를 사용해보라고 권하고, 5개월 뒤에 개선점을 들어봤다. 이를 토대로 동대문 종합상가에서 직접 천을 사서 면 생리대를 만들었다.

이양은 평소 봉사활동을 하던 시민단체 ‘사회정의시민행동’의 환경포럼을 통해 처음 세상에 알렸다. 반응은 즉각적이었다. 걸스카우트·시민단체 등에서 큰 관심을 보였다. 네팔·르완다 등 현지 선교단체에서는 오지에 사는 여성들을 위해 제작법을 알려달라는 연락이 왔다. 이양은 샘플과 제작방법을 일일이 적어 보냈고, 재료가 부족한 지역에는 아예 ‘해외 기부’를 했다.

 도움 줄 곳이 많아지자 이양은 아예 ‘에코 레이디스 기프트(Eco Lady’s Gift)’라는 이름의 키트까지 만들었다. 혼자서도 만들 수 있을 만큼 자세한 설명서와 모든 재료가 담긴 제품이다. 처음엔 고3이라 일일이 챙겨줄 수 없는 곳에 보내려고 키트를 만들었지만, 이제는 목표를 키웠다. “키트를 내놓으면서 기저귀 생리대 상표명(에코레이디)과 회사명(에코기프트)까지 특허출원을 같이 했어요. 언젠가 면 생리대를 대표상품으로 하는 사회적 기업을 만들어서, 수익의 일부를 기부로 사회에 환원하는 경영을 하고 싶어요.”

글=이도은 기자, 사진=김성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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