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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세 미만 아동 성범죄자 … 내일부터 ‘화학적 거세’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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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24일부터 성폭력범죄자에 대한 ‘화학적 거세’ 제도가 시행된다. 법무부는 16세 미만 아동을 상대로 한 성폭력범 중 성도착증 환자에 대해 성충동을 억제하는 약물치료를 할 수 있게 규정한 ‘성폭력범 성충동 약물치료법’이 다음 주 초 시행된다고 22일 밝혔다.

 이 법에 따르면 검찰은 정신과 전문의 진단이나 감정을 거쳐 재범위험성이 큰 성범죄자에 대해 약물치료명령을 청구할 수 있다. 법원은 검찰의 청구가 이유 있다고 판단하면 실형 선고 대상자 가운데 최장 15년 동안 치료명령을 선고할 수 있다.

그러나 벌금형이나 집행유예를 선고하는 경우에는 치료명령을 내릴 수 없다. 현재 수감 중인 성범죄자들도 가석방 요건을 갖추고, 치료에 동의하면 법원이 15년 이내에서 치료명령을 할 수 있다. 치료감호나 보호감호 집행 중 가종료·가출소된 경우에는 치료감호심의위원회가 결정일 전 6개월 안에 정신과 전문의의 진단과 감정 결과를 근거로 보호관찰 기간인 3년 범위에서 치료명령을 부과할 수 있다.

 치료를 위한 처방 약물은 법무부 장관이 전문가 의견을 듣고 지정·고시한다. 현재 ‘루크린’을 비롯한 성선자극호르몬길항제(GnRH Agonist) 등 부작용이 적고 여러 나라에서 사용 중인 약물들이 대상으로 검토되고 있다.

이 약물은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의 생성을 억제해 성적 충동이나 환상을 줄여 주는 작용을 하며 전립선암 치료제로 널리 사용된다. 이미 검증된 성분이라는 게 법무부의 설명이다.

 치료명령은 검사의 지휘를 받아 보호관찰관이 집행한다. 인지 왜곡 및 일탈적인 성적 기호를 수정할 수 있는 인지행동치료를 비롯한 심리치료 프로그램도 병행된다. 진단과 치료는 국립법무병원(치료감호소)과 일부 민간의료기관에서 담당하게 된다.

 이 제도는 미국 캘리포니아주(1997년)와 독일(69년)·덴마크(73년)·스웨덴(44년)·폴란드(2009년) 등에서 시행 중이다. 아시아에서는 우리나라가 최초로 시행한다. 이 때문에 정부는 지난해 7월 법을 마련해 놓고도 1년 동안 유예기간을 뒀다.

법무부 관계자는 “성폭력사범에 대한 약물치료는 방어 능력이 없고 피해에 대한 고통이 큰 아동들을 보호하기 위한 필수적인 조치”라고 말했다.

하지만 학계와 시민단체 일각에서는 “제도 시행 대상자의 동의를 구하는 절차가 없어 인권 측면에서 문제가 크고, 근본적인 치료 효과도 없다”며 제도 시행에 반대하고 있다. 시행 과정에서 논란이 계속될 전망이다.

박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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