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lf&] 군웅할거 KLPGA 전반기 … 상금 등 4개 부문 1위 달리는 심현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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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8면

올 시즌 상반기 KLPGA투어에서 빛나는 활약을 펼친 심현화가 상금왕 등극을 다짐하며 환하게 웃고 있다. 심현화는 올 시즌 KLPGA투어에서 생애 첫 우승과 함께 상금 랭킹 1위를 달리고 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올 시즌 KLPGA투어는 춘추전국시대였다. 9개 대회에서 각기 다른 우승자가 탄생했다. 이 가운데 5명이 생애 첫 우승의 기쁨을 맛봤다. 그렇다면 군웅할거 시대에 가장 빼어난 활약을 펼친 선수는 누굴까. 올 시즌 KLPGA투어 상반기 ‘골프 여왕’은 심현화(22·요진건설)를 첫손에 꼽을 만하다.

심현화는 4월 제주에서 열린 롯데마트 여자오픈에서 프로 데뷔 3년 만에 생애 첫 우승의 기쁨을 맛봤다. 심현화는 22일 현재 상금(2억5100만원), 평균타수(71타), 대상포인트(162점), 톱10 피니시율(78%) 부문에서 모두 1위를 달리고 있다. 지난해 무명에서 하루아침에 스타로 떠오른 심현화를 17일 만났다.

심현화는 잘 웃는 편이다. 하지만 필드에서는 180도 달라진다. 눈빛은 강한 승부욕과 투지로 이글거린다. 심현화는 “2008년 프로에 데뷔했지만 이제 골프를 친 지 3년밖에 안 된 비기너 골퍼의 심정이다. 아직도 부족한 게 너무 많다”고 말했다.

‘겸손이 너무 지나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프로 3년차가 입문 3년밖에 안 된 초보자의 심정이라니-. 의문은 인터뷰를 하면서 하나씩 풀리기 시작했다.

1989년생인 그의 골프 인생은 ‘롤러코스터’와 같다. 그는 주니어 시절 국가대표 상비군으로 활동하며 최고의 기대주로 주목받았다. 그의 앞길에는 양탄자 같은 페어웨이만 펼쳐질 줄 알았다. 하지만 그는 극심한 드라이버 입스로 골프를 포기할 정도로 깊은 러프에 빠지기도 했다.

심현화는 경기도 오전 초등학교 3학년 때 골프를 시작했다. 어려서부터 워낙 운동을 좋아한 그는 ‘평생 직업’으로 골프를 선택했다.

“아버지하고 어려서 유도를 같이 배웠다. 운동신경과 근성이 좋아 부모님이 운동을 가르치고 싶어했다. 마침 집 근처에 안양베네스트 골프장이 있어 골프를 배우게 됐다.”

그는 초등학교 5학년 때 각종 주니어 대회에서 우승하며 국가대표 상비군으로 선발됐다. 제주도지사배에서는 최나연·박인비·허미정 등 당시 주니어 최강자들을 제치고 우승하기도 했다. 그러나 고등학교 1학년 때인 2005년 도하 아시안게임 대표 선발전에서 탈락하며 고배를 들었다.

이듬해인 2006년 프로로 전향했다. 프로를 선언하면서 좀 더 드라이브 샷 거리를 늘리기 위해 스윙 교정에 들어갔는데 이것이 결국 깊은 슬럼프에 빠지게 되는 원인이 됐다. 골퍼들에게 치명적인 ‘드라이버 입스’가 찾아온 것이다. 간신히 세미 프로테스트는 통과됐지만 2부 투어에서 혹독한 좌절을 맛봤다.

“한 대회에서 드라이브 샷 OB가 8~9개씩 났다. 경기를 계속할 수가 없었다. 결국 골프를 포기하기로 마음먹었다.”

골프 대신 공부를 선택한 그는 고등학교 2학년 1학기 때 자퇴했다. 그리고 2006년 가을 미국 유학길에 올랐다. 처음에는 공부가 재미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골프에 대한 아쉬움이 생기기 시작했다. 미국길에 오른 지 1년 6개월 만에 골프를 다시 하기 위해 귀국했다. 다시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동네 실내연습장을 찾았다. 체력 훈련과 함께 ‘똑딱이’ 볼부터 시작했다.

심현화의 어머니 이승실(52)씨는 “우리 부부는 딸이 언젠가는 예전의 기량을 회복할 것으로 믿었다. 딸에게 ‘너는 이제 골프에 입문했다. 그러니 너무 조급하게 생각하지 말라’고 말했다. 딸의 성실함과 강한 승부욕을 믿고 기다렸다”고 말했다.

2008년 5월 2부 투어 테스트에 응시했지만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3부 투어로 내려갔다. 심현화는 3부 투어에서 준우승을 하면서 자신감을 찾았다. 3부 투어 상금랭킹 4위로 정회원이 된 그는 2008년 11월 전남 무안에서 열린 시드 순위전에서 17위에 오르며 2009년 정규 투어에 합류했다. 데뷔 첫해에는 상금 랭킹 21위, 지난해에는 30위에 머물렀다. 우승은 없었지만 그는 성공할 수 있다고 굳게 믿었다.

심현화는 지독한 연습벌레다. 지금도 아침 6시30분부터 오후 9시30분까지 15시간씩 골프클럽과 씨름하고 있다. 밥 먹는 시간이 아까워 아침 식사는 차 안에서 해결한다. 그는 어떤 레슨보다도 ‘땀’의 진실을 믿는다.

심현화의 평균 드라이브 샷 거리는 234야드. KLPGA투어에서 20위에 올라 있다. 하지만 페어웨이 적중률은 73.68%로 92위다.

“아직도 드라이브 샷을 할 때 두려움이 드는 게 사실이다. 앞으로 페어웨이 적중률을 높이는 게 숙제다. 가장 자신 있는 샷은 아이언 샷이며 그중에서도 95야드 거리에서 50도 웨지 샷은 핀 2~3m 안에 붙일 자신이 있다. 올해 이 거리에서 두 번씩이나 샷 이글을 기록했다.”

그는 이번 주에 열리는 에비앙 마스터스 출전을 포기했다. 해외 대회 출전 경험도 중요하지만 올해는 국내 대회에 집중하기 위해서다. 올해 목표를 묻자 망설임 없이 한·일 여자골프대항전 출전이라고 했다. 그는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떨어져서 그런지 태극 마크를 꼭 한번 가슴에 달고 뛰고 싶다. 올해 상금 랭킹 4위까지 출전할 수 있는데 이왕이면 상금왕 자격으로 나가고 싶다”며 환하게 웃었다.

그는 “하반기에 열리는 3개 메이저 대회 중 하이트컵에서 꼭 우승하고 싶다. 지난해 2라운드까지 공동선두를 달리다 아깝게 11위로 경기를 마쳤다. 코스와 궁합이 잘 맞는 편이다. 상금왕과 메이저 퀸을 동시에 달성하겠다”고 다짐했다.

글=문승진 기자
사진=권혁재 사진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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