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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억 동아시아인이 난다 … LCC에 하늘 빗장 풀어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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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한국선진화포럼이 21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저비용 항공사(LCC) 시대와 항공자유화’를 주제로 월례토론회를 열었다. 토론자는 왼쪽부터 김연명 한국교통연구원 항공정책기술연구 본부장, 김윤형 한국선진화포럼 상임이사, 엄태훈 세계항공학회장, 이종찬 한국선진화포럼 이사, 김한영 국토해양부 항공정책 실장, 함대영 전 건교부 항공안전 본부장. [김도훈 기자]


항공시장에 ‘민주화·개방 혁명’이 시작됐다. 운임을 낮춘 저비용 항공사(LCC·Low Cost Carrier)들의 성장으로 하늘 길이 서민에게도 친숙해지고 있다. 나라 간 빗장도 빠르게 풀리는 추세다. 중국과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은 지난해 항공자유화(open sky) 협정을 맺었다. 이 나라들끼리는 항공사가 정부의 사전 승인 없이도 국가 간 항공편을 개설할 수 있게 됐다. LCC엔 최고의 호기다. 32억 동아시아인이 기차나 배를 타듯 비행기를 타고 해외여행을 즐기는 시대가 눈앞에 다가온 것이다.

한국은 얼마나 준비가 돼 있을까. 엄태훈 세계항공학회 회장은 “한국 LCC는 걸음마 수준이다. 동아시아 국가에 항공을 개방하고 지방 공항을 LCC 중심으로 운영해야 항공 혁명을 따라갈 수 있다”고 말했다. 22일 한국선진화포럼이 주최하고 중앙일보가 후원한 월례 토론회에서다.

 국내에는 LCC라는 용어보다 ‘저가항공사’라는 말이 익숙하다. 2005년 한성항공이 국내 최초 LCC로 등장했고 현재는 제주항공·진에어·에어부산·이스타항공·티웨이항공 5개 사가 국내 6개 노선, 국제 26개 노선에서 운항하고 있다.

이날 ‘LCC 시대와 항공 자유화’를 주제로 발표한 엄 회장은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 같은 동남아 국가 LCC는 비용 절감에 성공해 성장하는데 한국은 잠들어 있다”고 지적했다. 인도는 저가항공사 킹피셔가 시장 1위 업체이고, 말레이시아의 에어아시아는 110대의 항공기로 연간 2600만 명을 실어나르지만 국내 LCC들은 5개사 항공기를 모두 합해도 35대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김연명 한국교통연구원 항공정책기술연구본부장은 앞으로 중국과 동남아 중산층이 늘어남에 따라 동아시아 LCC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여기에 청소년 배낭여행과 외국인 근로자 고향 방문, 중하위층 가족여행 같은 수요도 증가하고 있다. 그는 “국내 LCC의 가격 경쟁력과 규모 향상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항공기 제작사 에어버스는 아태지역에서 현재 15%인 LCC의 점유율이 내년에는 20%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측했다.

 LCC가 부진했던 일본은 우리보다 한 발 앞서 항공 개방에 나섰다. 일본 정부는 2007년 ‘아시아 게이트웨이(Asia Gateway)’ 계획을 공개하고 지방 공항에 대한 규제를 대폭 철폐했다. 지난해에는 미국과 항공 자유화 협정을 체결했으며 2012년에는 수도권 공항에도 외국 LCC 취항을 허가할 예정이다.

파격적인 LCC 유인책도 내놓았다. 벽지 공항에 들어오는 외국 항공사에는 해당 지자체에서 편당 3000달러씩 보조하고 이착륙료와 시설 임차료도 50% 감면해준다.

LCC의 취항이 관광객 유치로 지역경제에 파급효과가 크기 때문이라는 것이 김윤형 선진화포럼 상임이사의 분석이다. 그는 “일본 정부는 지난해 경제성장 전략으로 ‘관광입국’을 내놓고 항공 자유화를 앞당겼다. 우리도 김해공항을 LCC 거점 공항으로 정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리와의 항공 개방을 주저하는 중국을 설득하려면 정치적인 해법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함대영 전 건교부 항공안전본부장은 “항공 개방이 두 나라에 이익을 준다는 것을 알려야 한다. 한·중 정상이 만날 때 이를 어젠다로 삼는 것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중국인 해외 관광객이 지난 10년간 해마다 18%씩 성장해왔으며 2006년부터는 관광항공시장이 비즈니스 시장을 능가하며 급성장하는 만큼 정부도 협상에 힘써야 한다는 것이다.

글=심서현 기자
사진=김도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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