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시장을 만들어낸 사이버슬랙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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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디에고 – 업무 시간에 기업 망을 이용해서 인터넷 쇼핑몰을 이용한다든가 포르노 사이트에 접속하는 사이버슬랙킹(cyberslacking)이 나쁜 것만은 아니다. 최근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이러한 사이버슬랙킹이 5억 6,200 만 달러에 이르는 시장을 만들어내고 있다. 직원 인터넷 이용 관리(EIM - employee Internet management) 분야가 그것이다.

"EIM은 큰 시장을 이루고 있습니다." International Data Corp.의 인터넷 보안 연구 책임자인 Chris Christiansen의 말이다.
지난 주 목요일 샌디에고에서 직장 내 사이버슬랙킹이라는 주제로 열린 생산성 협의회(Productivity Summit) 2000에서 Christiansen은 IDC의 최근 백서, “직원 인터넷 이용 관리”를 발표했다. 이 백서는 웹 필터링에서부터 직원들의 웹 서핑 습관 분석에 이르기까지 직장 내 인터넷 접속 통제에 대한 현황과 미래에 대해 다루고 있다.

IDC는 이 백서를 통해서 기업들이 특정 사이트 이용을 차단하고 추적하는 인터넷 접속 통제(IAC - Internet access control) 소프트웨어를 업무 시간 이외의 개인적인 인터넷 이용은 보장할 수 있는 보다 융통성 있는 EIM 소프트웨어로 바꾸고 있다고 주장했다. 생산성 협의회 주최 업체와 EIM 소프트웨어 업체인 Websense가 후원하고 있는 이 백서는 주목할 만한 통계 수치를 내놓고 있다.

현재, 직장에서 인터넷을 이용하는 사람은 1억 2,200 명에 달하며 2004년에 이르면 2억 7,200만 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사이버슬랙킹이 기업의 네트워크에 엄청한 부하를 가져오게 될 것이다.

1999년도 IAC 소프트웨어 시장의 규모는 6,300만 달러였다. IDC 연구자들은 2004년에 이르면 IAC 소프트웨어 시장이 EIM 소프트웨어 시장으로 편입되고 그 규모는 5억 6,200 억 달러에 달하게 될 것이라고 예측한다. Christiansen은 "660,000 개 업체들이 EIM 소프트웨어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라고 말한다.

Marriott International의 선입 기술 분석가인 Scott Davis은 Marriott도 그런 업체 중의 하나라고 말했다. 호텔 체인 업체인 Marriott는 6 개월 전에 EIM 소프트웨어를 설치했으며, 그 결과 업무 관련 인터넷 이용이 한 해 동안 두 배로 증가했다. Davis의 이끄는 IT 부서는 "인터넷 접속을 관리하는 경찰"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Davis의 말을 들어보자. "스트리밍 비디오가 HTTP 프로토콜보다 훨씬 많이 대역폭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사내 규정과 기업 방침에 대한 부서를 두고 인터넷 이용 방침에 대한 업무를 담당하게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적절한 소프트웨어(EIM 소프트웨어)가 없었더라면 직원들이 인터넷에서 무엇을 하는지 언제 인터넷에 접속하는지 알 수 없었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적절한 인터넷 이용은 어떤 것일까? 심리학자로 "가상 현실 중독(Virtual Addiction)"의 저자이며 인터넷 연구 센터(Center for Internet Studies)의 설립자인 David Greenfield 박사는 사이버슬랙킹이 직원들의 잘못만은 아니라고 말하며, 경영자들이 직장 내 인터넷 이용에 대한 방침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Greenfield는 ABCNews.com과 함께 18,000 명의 인터넷 이용자를 대상으로 연구를 실시했다. 이 연구를 통해 인터넷 이용 시간의 33 퍼센트를 직장에서 보낸다는 결과를 얻었다. Greenfield는 "이것은 직원들이 성실하지 못하거나 업무 시간을 대충 때우려고 하기 때문이 아닙니다. 그 만큼 사이버슬랙킹의 유혹이 거부하기 힘들기 때문입니다."라고 말했다.

기업은 직원들의 어떤 사이트에 접속하며 언제 어디서 인터넷을 이용하는 지에 대한 데이터를 보고 적지 않게 놀랄 수도 있다. 국립 노동권 연구소(National Work Rights Institute)의 소장인 Lewis Maltby는 경영자들이 직원들의 프라이버시를 침해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한다.

Maltby는 "경영자들이 직원들의 성적 취향이나 음주 습관을 알게 되면 당혹감을 느낄 것입니다. (이런 추세라면) 우리는 그렇게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라고 말했다.

Maltby는 기업에게 직원들이 들어가는 웹 사이트나 전자 메일을 일일이 살펴보는 것이 아니라 웹 서핑에 보내는 시간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Maltby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 "(직원들의 인터넷 이용 습관에 대해) 당황할 필요 없습니다. 성급하게 직원들의 감정을 상하게 하는 조치를 취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경영주들이 직원들의 사적인 전자 메일을 타당한 이유 없이 조사하는 사례를 본 적이 있습니다. 이것은 위법 소지가 있습니다."

Maltby는 정보화 사회에서는 상품으로서 프라이버시의 중요성이 더 강조되고 있다고 말하며 Maltby는 "프라이버시를 상품화하는 것에는 반대합니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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