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무인점포 도난 방지 허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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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은행들이 운영하고 있는 무인점포의 보안설비가 허술해 절도범죄에 그대로 노출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 무인점포에는 은행과 관련된 각종 사건의 중요 단서가 되는 폐쇄회로TV 녹화테이프까지 점포안에 함께 보관하고 있어 절도범이 현금과 함께 이 녹화테이프를 훔쳐갈 경우 범인검거가 자칫 미궁에 빠질 우려마저 낳고 있다.

16일 경비용역회사들에 따르면 현재 시중 각 은행들은 직원들이 상주하는 지점과 별도로 곳곳에 현금지급기를 비치한 무인점포를 상당수 운영하고 있다.

철재 가건물형태로 만들어진 무인점포는 대부분 고객들이 현금을 인출할 수 있는 폐쇄회로TV 카메라가 설치된 공간과 금고 등이 설치된 기계실로 이뤄져 있다.

그러나 기계실의 경우 상주하는 경비인력이 없는 상태에서 대부분 2∼3개의 자물쇠만 채워져 있을 뿐 아니라 내부에 들어갈 경우 현금을 보관하고 있는 금고열쇠를 쉽게 손에 넣을 수 있어 절도범들의 표적이 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기계실에는 폐쇄회로TV 녹화테이프도 함께 보관돼 있어 절도범이 자신의 얼굴이 촬영된 이 테이프까지 가져갈 경우 범인검거는 큰 어려움에 빠질 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

실제 지난 3일 부천시 소사구 소사본1동 모은행 무인점포를 턴 범인은 기계실에 들어가 현금 7천만원과 함께 폐쇄회로TV 녹화테이프까지 훔쳐 달아나 경찰이 수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모 경비회사 관계자는 “별도의 경보장치가 돼 있어 일반인이 은행 무인점포를 침입하기는 쉽지 않지만 보안시설이 허술한 것은 사실”이라며 “각 경비회사에서도 현재 녹화된 장면을 컴퓨터통신망을 이용, 원격 전송하는 방식의 새로운 폐쇄회로TV를 설치하거나 순찰을 대폭 강화하는 등의 보안대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천 무인점포 도난사건을 수사중인 부천남부경찰서 관계자도 “이번 수사과정에서 은행 무인점포 보안상태가 크게 허술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별도의 보안장치가 시급히 마련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수원=연합뉴스) 김광호기자 kwang@yonhap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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