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룡 “기름값 올리는 이유 의심스럽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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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기름값이 슬금슬금 오르는 모양새에서 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이 당부했던 ‘아름다운 마음’이 느껴지지 않아서일까. 정부가 다시 유류 업계를 공격하고 나섰다. 비판의 핵심은 3개월간의 기름값 인하 기간 동안 ‘100원 인하’ 약속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고, 인하 조치가 끝난 뒤에도 업계가 과거보다 마진을 더 챙기고 있다는 것이다.

 임종룡 기획재정부 차관은 15일 열린 물가안정대책회의에서 정유사와 주유소를 겨냥해 “스스로 약속한 대로 기름값을 인하하지 않은 것은 소비자의 신뢰를 크게 훼손한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 근거로 든 것은 이날 소비자시민모임(소시모)이 내놓은 분석 결과다. 이에 따르면 정유사들의 기름값 인하 조치 이전(1~3월)과 인하 기간(4~6월)을 비교할 때 실제 휘발유 소비자 가격 하락 효과는 평균 56원에 그쳤다. 인하 기간 동안 정유사는 마진을 평균 78원 줄였고, 주유소는 오히려 마진 폭을 22원 키우면서 나타난 결과라는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소시모는 “정유사는 100원 인하를 실시하지 않은 만큼 100원 인상도 할 수 없고, 주유소는 과다해진 마진 폭을 즉각 인하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에 대해 임 차관도 “분석 내용에 충분한 근거가 있고, 소비자 이익 보호를 위해 강력히 제기할 만한 문제”라고 힘을 실었다. 이어 “현재 시점에서 기름값을 올릴 이유가 있는지에 대해 극히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재정부는 국제유가와 원화 가치 변동을 감안해 1~3월 정유사와 주유소의 평균 마진을 그대로 적용할 경우 7월 둘째 주 휘발유값은 L당 1880원대가 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14일 기준 휘발유 평균 가격은 이보다 높은 L당 1933원이다.

  정부와 소비자단체가 이처럼 업계를 향해 ‘공동전선’을 펴고 나섰지만 유류세 인하 문제에선 입장이 엇갈린다. 소시모는 이날 정부에 대해 “유류세에 부과하는 탄력세를 인하해 국민의 물가 불안을 차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박재완 재정부 장관은 기자들의 유류세 인하에 대한 질문에 “에너지 절약이 필요하고, 세수에 미치는 영향도 크다”면서 부정적 입장을 재확인했다.

조민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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