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분당 택시 시외할증 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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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경기도 부천에서 서울 마포의 직장으로 출근하는 이나영(31·여)씨는 회식이 길어지면 시계를 들여다보는 게 일이다. 귀가 걱정 때문이다. 부천 집으로 가려면 어떻게 해서든 전철이나 버스가 끊기기 전에 자리를 박차고 나서야 한다. 자정 무렵이면 택시를 잡기 어렵기 때문이다. 하룻밤에 승차 거부만 10번을 당했던 경험도 있다. 이씨는 “상당수 서울 택시기사들이 시외로 갈 때는 무조건 웃돈(1만원)을 얹어달라고 요구한다”고 말했다.

서울시가 승차거부를 막기 위해 시외할증요금 부활을 검토하고 있다고 12일 밝혔다. 서울시는 2009년 기본요금을 1900원에서 2400원으로 올리면서 서울택시가 11개 수도권 도시로 갈 때 시외할증요금을 받지 못하도록 했다. 하지만 택시기사들의 승차거부가 계속되자 결국 시외할증 카드를 꺼낸 것이다.

 서울시는 심야할증(밤 12시~오전 4시)과 시외할증(오후 10시~오전 6시 또는 24시간)을 중복해 적용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서울시의회에도 중복할증을 유력안으로 보고했다. 심야시간대에 할증을 하면서 서울시 경계를 벗어나면 그때부터 시외할증을 하는 방식이다. 어느 정도 효과는 기대할 수 있지만 수도권 주민들의 택시요금 부담이 커지는 게 문제다. 서울시는 시외할증을 도입하되, 심야할증과 중복해서 적용하지 않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이 방안은 승차거부를 줄이는 효과가 미미하다는 게 서울시의 판단이다.

 이번 방안에 대해 서울택시업계는 환영한다는 입장이다. 서울 OK택시 관계자는 “지금까지는 경기도에 갔다 빈차로 오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많았다”며 “중복할증이 적용되면 승차거부가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시민 반응은 엇갈린다. 경기도 시흥시에 사는 김호성(48)씨는 “지금은 웃돈이 관행처럼 굳어졌기 때문에 시외할증제도를 도입한다고 해도 요금을 더 달라는 요구가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나 경기도 안양에 사는 직장인 김영란(25·여)씨는 “어차피 지금도 할증요금에 맞먹는 웃돈을 주고 택시를 탄다”며 “차라리 웃돈을 흥정하지 않는 것이 더 낫다”고 찬성했다. 최모란 기자

김혜성 인턴기자(고려대 영어영문학과)

◆시외할증요금=서울 택시가 경기도로 갈 때 요금의 20%를 더 받는 제도. 1982년 심야 통행금지가 없어지면서 도입됐다 2009년 폐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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