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데미, "사우스 파크" 딜레마

중앙일보

입력

올해 72회 아카데미 노미네이션 발표회에서 가장 놀라운 사건으로 꼽히는 것이 영화 〈사우스 파크 South Park: Bigger, Longer & Uncut〉의 주제가인 "캐나다를 욕하다 Blame Canada"가 주제가 부문에 후보지명된 것이라 할 수 있다.

여하튼 '이 아카데미답지 않았던 선택'은 서서히 시상식 날(미국 시각 3월 26일)로 갈수록 그들에게 딜레마가 되고 있어 흥미롭다. 통상 주제가 부문에 오른 노래들은 당일 시상식장에서 모두 연주되고 불리는데, 이 "Blame Canada"의 가사가 문제가 되고 있기 때문에(즉 방송용으로 적합하지 않아서) 주관 방송사와 아카데미, 그리고 노래 작곡자들을 신경전에 휘말리게 하고 있다.

8일자(미국 시각) 로이터 통신은 "Blame Canada"의 작곡자인 마크 샤이만의 말을 인용해, "오스카 시상식의 주관 방송사인 ABC가 프로듀서들에게 노래 중 문제가 되는 부분들을 삭제하거나 삐소리와 같은 효과음으로 대체하라는 이야기를 했다"고 밝혔다.

"Blame Canada"에서 문제가 되는 부분은 크게 세 가지다. 흔히 욕으로 쓰이는 'fuck', 방귀를 의미하는 'fart', 이 두 단어의 빈번한 사용이 가장 크고, 또 하나 문제가 되는 것은 캐나다 출신 여자 팝 가수인 앤 머레이(그의 노래인 'You Needed Me'는 국내에서도 유명하다)를 가리켜 'bitch'라 부른 것이다.

이 세 번째 문제는 앤 머레이가 영화 〈사우스 파크〉와 주제가에 대해서 우호적인 태도를 가져왔고, 대부분 프라임 타임 시간의 TV 프로에서도 'bitch'라는 단어의 사용이 빈번하다는 점을 고려할 때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아카데미 과학 예술 협회의 기획감독자인 브루스 데이비스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하지만 중요한 문제는 'fart' 단어의 사용으로 이 문제에 대해서는 노래의 공동 작곡가인 마크 샤이만과 트레이 파커, 방송사인 ABC, 그리고 아카데미 측이 아직까지 협의중이라고 밝혔다. 첫 번째 fuck 단어는 아마도 삐 소리로 대체될 것으로 보이는데, 이 경우는 음반에서도 흔히 일어나는 일이다.

〈사우스 파크〉 주제가인 "Blame Canada"는 미국의 부모와 사회 지도층 인사들이 자기네 아이들을 타락시킨 영화인 〈사우스 파크〉를 미국에 수출한 캐나다인들에 대해서 욕하는 내용을 가사로 담고 있으며, 영화 〈사우스 파크〉에 삽입된 노래 중 얌전한 편에 속한다.

〈사우스 파크〉의 극장판이 국내에도 비디오 출시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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