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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스홉킨스 “한국과 끝났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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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인천 송도경제특구 내 송도국제병원 부지에 잡초가 무성하다. 관련 법률이 국회에 묶여 있어 8년째 허송세월이다. 부지 뒤로 송도신도시의 고층빌딩들이 보인다. [조문규 기자]


#인천광역시 송도경제특구의 송도국제병원 예정 부지. 8일 둘러보니 8만719㎡에 이르는 땅은 끝이 보이지 않았다. 장맛비에 쓸린 맨땅이 속살을 드러냈다. “죄다 공터야. 터가 좀 넓어야 말이지.” 인근 주민의 말이다. 정부와 인천시가 큰 병원을 세우겠다며 법석을 떨더니 8년째 방치하고 있다는 얘기였다. 인부 2명이 뭔가 심는 모습이 보였다. 인천경제자유구역청 김희정 전문위원은 “병원이 언제 들어설지 몰라 꽃밭을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제주 서귀포시 투자개방형(영리)병원 부지도 4년째 그대로였다. 한라산을 가로지르는 신록남로와 서귀포로 이어지는 동흥로가 만나는 곳에 세운 ‘동북아 의료허브, 제주헬스케어타운’ 조감도가 보였다. 그 너머로 154만㎡의 숙대낭(삼나무)·소나무·잡목 숲이 펼쳐져 있다.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 김재일 주임은 “철조망을 쳐놨지만 주민들이 고사리를 뜯으러 들어간다”고 말했다.

 투자개방형병원의 시계가 멈췄다. 2002년 1월 김대중 전 대통령이 ‘동북아 허브 구상 ’을 밝히고 외국자본 투자개방병원법률을 제정한 지 10년째다. 의료·서비스 질을 높여 괜찮은 일자리를 창출하자는 구상이 정권이 세 번 바뀌었지만 제자리걸음이다. 그 사이 메디컬 코리아는 세계적 수준으로 성장했지만 제도 미비로 ‘글로벌 비즈니스’로 진화하지 못했다. 정부는 의료 양극화를 우려하는 여론을 감안해 투자병원을 경제특구와 제주에 한정해 추진했다. 하지만 송도는 8년째, 제주는 5년째 그대로다. 경제자유구역 관련 두 가지 법률과 제주특별자치법 개정안은 국회에 발목이 잡혔다. 야당이 반대하고 한나라당·정부도 뜻이 없어 보인다.

 그러자 국내 진출을 약속한 해외 제휴처들이 떠나고 있다. 송도는 3개, 제주는 5개의 양해각서(MOU)가 휴지조각이 됐다. 미국 존스홉킨스병원과 송도의 MOU도 물 건너간 것으로 확인됐다. 존스홉킨스 인터내셔널 아시아담당 샌포드 우(Sanford Wu) 이사는 “파트너십은 끝났다(MOU has expired). 그것(한국의 입법 지연)이 큰 문제였다”고 말했다

 반면 인도·중국·태국·싱가포르는 질주하고 있다. 인도는 750개의 투자병원에 73만1000명의 외국 환자를 유치해 처음으로 싱가포르 를 추월했다. 인도 최대의 투자병원인 아폴로병원은 지난해 8만2000명의 외국인 환자를 진료했다. 한국 844개 병원의 외국인 환자(8만1789명)보다 많다. 아폴로병원 국제본부장 지뚜 조세(40)는 “주식시장에서 쉽게 자본을 조달하는 게 성장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특별취재팀=신성식 선임기자, 박유미 기자, 첸나이=강신후 기자, 베이징·방콕=장세정·정용환 특파원, 윤지원 인턴기자(세명대 저널리즘스쿨 대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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