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정크푸드·포르노 … 강렬한 유혹 벗어나려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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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인간은 왜 위험한
자극에 끌리는가
디어드리 배릿 지음
김한영 옮김, 이순
268쪽, 1만3800원

뻐꾸기는 탁란(托卵)을 하는 대표적인 새다. 남의 둥지에 들어가 알 하나를 밀쳐내고, 자신의 알을 몰래 넣는다. 이해가 잘 안 되는 건, 남의 알을 품는 다른 새의 행동이다. 오히려 제 자식보다 더 소중히 여긴다. 더 밝고 큰 뻐꾸기 알은, 진짜보다 더 강렬한 매력을 지닌 ‘모조품’이라서다.

 멍청하다고 놀릴 게 아니다. 동물만 속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내 인생에는 오지 않을 일’이라는 걸 잘 알면서도 여자들은 멜로드라마에 빠져든다. 남자들은 어떤가. 현실에서 접하기 힘든 과도한 성적 자극을 포르노물을 통해 얻는다.

 대체 이 ‘모조품’들의 정체는 뭘까. 하버드대 진화심리학과 교수인 저자는 ‘초정상 자극 이론’으로 이런 현상을 설명한다. 1930년대 니코 틴버겐이 제시한 것으로, 동물의 본능은 몇 가지 특성에 반응하도록 암호화되어 있어 그 특성들을 증폭시키면 동물을 쉽게 속일 수 있다는 개념이다.

 정크푸드가 그 예다. 당분은 꼭 섭취해야할 성분이지만, 과도하면 오히려 해를 끼친다. 그런데도 당분의 특성을 증폭시킨 정크푸드는 ‘진짜보다 매력적인 모조품’이 돼 세계를 장악했다. 현실과 유리된 줄 알면서도 보게되는 TV, 점점 더 잔인해지는 전쟁도 마찬가지다. 인간은 생존하기 위해 어떤 특성들을 키웠고, 결국 스스로가 만든 위험한 자극의 세계에 풍덩 빠져버렸다는 것이다.

 작가는 “허기·성적 흥분·욕심을 점점 더 강하게 자극하도록 설계된 세계에서, 초정상적 자극들을 따라가는 것은 질 수밖에 없는 게임이다”고 단언한다. 더불어 “장기적으로 사람들은 외부 사건과 상관없이 비슷한 수준의 행복을 경험한다”고 설명한다. 술을 마시든 안 마시든, TV를 보든 보지 않든 생활만족도는 비슷하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해답은 어디에 있을까. 작가가 답한다. “평범한 것을 낯설어 보이게 만드는 것에 그 열쇠가 있다. 우리는 ‘이런, 내가 물방울무늬가 그려진 석고 알을 품고 있잖아’라고 자각하고, 알 위에서 내려올 줄 아는 유일한 동물이다.”

 어렵지 않게 읽힌다. 무릎을 탁 내려치게 만드는 ‘자극’은 없지만, 곰곰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책이다.

임주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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