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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요도 비평 좀 합시다!

중앙일보

입력

"재능에 비해 평이한 음악을 들려주고 있다는 느낌입니다(박진영에 대해)" "가수에게 중요한 건 말보다 음악으로 자신의 뜻을 전하는 것 아닐까요?(노래만큼 독설로도 유명한 신해철에 대해)" "음반이 나올 때마다 불거지는 그들의 표절의혹은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것입니다" (H.O.T에 대해)

TV에서 이렇게 인기가수에 대해 직설적인 비평을 하는 프로가 있었던가.지난해 10월 방송을 시작한 '가요@빅뱅' (KBS위성2 화 밤11시.연출 허주영)이 '브라운관 유일의 본격적인 가요 비평 프로' 란 평을 얻으며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출연 가수에 대해 "잘한다.인기있다." 만 반복하는 기존 쇼와 달리 대중음악평론가(송기철)가 진행을 맡아 잘 나간다는 가수들의 음악을 밀도있게 분석하고 날카롭게 비판한다.

3년 넘게 팝 컬럼을 써오며 실력을 인정받은 그는 지난해부터 각종 방송과 일간지에 가요비평을 발표하고 있는 신예평론가.

방송이 끝나면 PC통신에는 "아저씨(송기철을 지칭)아는 척 하지 마세요" "스튜디오를 폭파해 버리겠다" 같은 격렬한 항의 메일이 줄을 잇는다.

반대로 "날카로운 지적에 속이 후련하다" "두번째 코너에 나온 모 가수는 정말 잘 섭외했다" 같은 격려 메일도 그 못지않다.

위성방송 프로란 한계 때문에 가수들이 직접 출연하는 비율보다는 뮤직비디오를 많이 튼다.그러나 가수들의 음악세계를 대변하는 '작품' 이란 생각에서 '가요@빅뱅' 은 한컷도 자르지 않고 전부 방송한다.

9분이 넘는 서태지의 '교실 이데아' 조차 1초도 자르지 않고 다 튼 기록이 있다.물론 라이브도 빠지는 것은 아니다. 플라워.허쉬.프리 스타일 등 가창력과 연주력을 갖춘 신인 밴드들이 쏠쏠한 무대를 가졌다.

음악 담당 기자나 대중음악 평론가를 자주 출연시켜 단순 연예정보 전달대신 가요문화에 대한 진지한 질문을 던지는 것도 이 프로의 특징이다. 단출한 세트에 진행자 둘(황정민 아나운서 포함)뿐이지만 녹화날인 목요일 오후 스튜디오는 언제나 후끈하다.

'가요@빅뱅' 은 서너개의 매혹적인 코너를 갖고 있다.
가요사에 남을 명반을 소개하는 '우리 노래 전시회' 는 우리 가요사에서 중요한 부분이나 별로 다뤄진 적이 없는 '앨범' 개념을 조명하고 있어 의미가 크다.

가요사적 의미에 비해 제 조명을 받지 못한 조동익의 '어떤 날' 같은 음반이 소개됐다. 또 음악성은 뛰어나나 스타덤에 오르지못한 가수들을 발굴하는 '이런 가요 어떤 가요' 도 돋보인다.
언더 가수로 전전하고 있는 실력파 이한철 같은 가수들이 자세히 소개됐다.

송기철씨는 "가요계가 워낙 좁고 인맥으로 연결돼 있어 건설적 비판조차 금기시하는 분위기다.그러나 그렇게 하면 발전이 없다.
재능있는 인기가수들이 범작을 냈다면 따끔하게 비판하는 것이 오히려 그를 살리는 길이란 생각에서 프로를 만들고 있다" 고 말한다.

'가요@빅뱅' 은 진행자의 개인적인 시각이 개입될 수 있다는 점에서 위험스런 부분도 있다. 그러나 노래보다는 외모, 춤솜씨가 앞서는 립싱크 가수들을 아무 거리낌 없이 출연시키는 쇼프로들이 판치는 브라운관에서 이 프로가 갖는 의미는 더욱 빛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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