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헌의 골프 비빔밥 <24> 라운딩 복기해보면, 실수의 패턴이 나온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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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9면

[일러스트=강일구]

바둑이나 장기만 복기를 하는 것이 아니다. 골프도 복기를 해야 한다. 바둑을 두는 프로 기사들은 복기의 중요성을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거울’이자 ‘스승’이라 이야기한다. 일반적으로 실수의 유형은 대단히 다양한 것이지만 구체적으로 한 사람 한 사람에 이르면 실수는 분명 어떤 ‘패턴’을 보이게 된다. 그것이 바둑이든 장기든 고스톱이든 골프든 마찬가지다.

기술이 달리고 실력이 모자라는 것은 연습을 하면 해결될 문제지만 조건과 상황에 따라 발생하는 심인성 실수들은 연습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시각적인 장애가 있는 곳에서는 꼭 슬라이스가 난다든지, 물이 보이면 용왕님께 인사를 안 드리곤 못 지나간다든지, 돈을 조금 따고 있는 상황에서는 꼭 모험주의자가 된다든지, 잘나가다가도 OB 한 방이 나면 와장창 무너진다든지, 초반 3홀에서의 스코어가 그날의 성적을 결정한다든지…. 그저 기술을 연마하는 것만으로는 해결이 안 되는 상황이라는 것이 ‘골프, 그놈!’에 이르러서 유독 많다.

그러니 골프도 복기를 해야 한다. 라운드가 끝나고 욕탕에 들어앉아 당겨 쳤느니 밀어 쳤느니 하면서 뒷담화를 하기는 한다. 안 하는 건 아니다. 드라이버가 안 됐느니, 아이언이 실수가 많았느니, 퍼팅이 난조였느니 그렇게 결과적인 현상만을 더듬어보는 것은 ‘진정한 복기’라 할 수 없다. 한 꺼풀 더 들치고 들여다봐야만 실수의 진정한 원인을 파악하고 자신의 실수를 정확히 분석할 수 있다.

‘그 홀에서 왜 꼭 드라이버를 잡았는지?’ ‘왜 굳이 투 온을 시키려고 덤볐지?’ ‘최경주 선수도 하지 않을 나뭇가지 사이로 빼내기 샷에 왜 도전했던 거지?’ ‘내리막 급경사에서 왜 온 그린을 시키겠다고 했던 거지?’

마음골프학교에서 필드 레슨을 해보면 아마추어들이 저지르는 실수의 대부분은 ‘선택의 실수’인 경우가 더 많았다. 샷을 하기 전에 이미 미스 샷의 원인이 잉태돼 있었다는 얘기다. 실수가 발생했던 각각의 상황들을 떠올리고 그순간,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 그 마음을 꼼꼼히 들여다보지 않고서는 아무리 연습장에서 비지땀을 흘린다 하더라고 실수는 끊임없이 계속될 것이다.

스코어 카드는 내 마음의 지도다. 라운드가 끝나고 나면 당일도 좋고 다음 날이어도 좋다. 분노든 절망이든 환희든 라운드의 감동과 열기가 가시기 전에, 생생한 정보들이 추상화된 채 기억의 창고로 들어가기 전에 스코어 카드를 앞에 놓고 차분한 복기의 시간을 갖자. ‘나’라는 인간은 어떤 상황에서 흥분을 하는지 되짚어보자. 긴장된 상황에서는 어떤 선택을 했는지 생각해 보자. 어떤 상황에서 어떻게 욕심을 부렸는지 돌이켜보자. 어떤 불안감이 상존하고 있는지 되새겨보자. 누가 옆에 있을 때 실수가 빈발하는지도 분석해 보자.

실수의 심리적인 기저를 패턴화하고, 그런 패턴화된 마음의 행로를 바꾸지 않고서 온전히 기술적인 완성도만을 높여 골프를 감당하기에 우리는 시간도, 비용도 그다지 여유로운 사람들이 아닐뿐더러 그놈이 그리 호락호락하지도 않다. 그렇게 복기를 통해 패턴으로 인식된 마음의 지도는 골프가 아닌 낯선 시간과 공간에서의 길찾기에도 유용한 친구가 되어줄 것이다.

마음골프학교(www.maungolf.com)에서 김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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