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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대 뒷돈 챙긴 파워블로거 "평생 갚겠다" 말하고 잠수

온라인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인터넷 포털업체 네이버의 한 파워블로거가 안전성 논란이 있는 상품을 공동구매하고 이 과정에서 수억원의 수수료를 챙긴 사실이 드러났다. 이 블로거는 “수수료는 평생 갚으며 사죄하겠다”고 말했지만 제품 제조사는 “환불과 보상을 할 수 없다”고 밝혔다. 해당 제품으로 피해를 본 소비자들 수천명이 피해보상 까페를 만들어 공동대응하고 있다.

네이버 파워블로거로 회원이 133만 명에 이르는 현모(48)씨는 지난해 9월부터 수차례 블로그를 통해 오존 살균 세척기 ‘깨끄미’ 공동구매를 진행했다. 대당 36만원에 모두 3000여 대를 판매했다. 문제는 지난달 29일 지식경제부 기술표준원이 실시한 오존 발생 안전성 조사 결과 해당 제품에서 국제기준(0.1ppm 이하)을 초과한 오존이 발생하면서 불거졌다. 표준원 측은 “0.1ppm 이상 오존을 발생하는 제품을 지속적으로 사용하면 두통 등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며 “특히 어린아이 등 기관지가 약한 이들은 주의해야 한다”고 발표했다. 표준원은 이 제품에 대한 자발적인 리콜을 권고했다. 구매자들은 부작용을 호소하며 현씨와 해당 업체에 전액 환불을 요구하고 나섰다. 이 과정에서 현씨가 대당 7만원씩 모두 2억1000만원의 수수료를 받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소비자들의 비난이 거세다.

해당 블로그에는 “항암치료 이후 5년 동안 건강했는데 이 제품을 쓰고 몇 개월 후에 암이 전이됐다”“어린애들이 아프다고 한다” “천식 증상이 있다”는 피해 사례가 올라오고 있다. 심지어 한 임산부는 “유산까지 했다”고 주장하며 보상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제조사인 ㈜로러스생활건강은 “피해 사례가 올라오고 있는 것은 알지만 우리 제품 탓이라고 볼 수 없다”며 일부 모델에 대해서만 부품 교환을 해주고 전면 리콜과 피해 보상을 거부하고 있다.

현씨는 “정말 제품에 문제가 있다면 수수료를 모든 구매자에게 돌려주겠다”며 “소비자원에 의뢰해 유해성 테스트를 받아 제조사에 해명을 요구할 예정이다”고 밝혔다. 또 그녀는 “이것이 나의 최선”이라며 “나머지 부분은 리콜이든 환불이든 로러스를 통해 하라”고 덧붙였다.

이에 분노한 소비자들은 “7만원 수수료 나눠줄 테니 먹고 떨어지라는 거냐”“잠수 타지 말고 전액 책임지고 환불하라”며 비난하고 나섰다. 또 피해 배상을 요구하는 인터넷 카페를 개설해 공동 대응을 모색하고 있다. 이 카페엔 현재 5000명이 넘는 회원이 가입했다. 피해자들은 제조사와 현씨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과 고소도 검토 중이다.

현씨는 이처럼 파문이 커지자 4일 밤 “물의를 일으켜 죄송합니다. 훗날 예전의 모습으로 뵈올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며 마지막 글을 올렸고 블로그를 폐쇄한 상태다. 그녀는 휴대전화를 끄고 외부와 접촉을 피하고 있다. 현씨는 음식·요리 분야의 파워블로거로 4권의 책을 출판했으며 음식 관련 월간지도 발행하고 있다.

네이버는 요리나 생활 등 각 분야에서 매년 700여 명에 이르는 파워블로거를 선정하고 있다. 이들 가운데 많은 사람이 공동 구매 등 직간접적인 상행위에 연관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는 현씨같이 제품을 홍보해 주는 대신 수수료를 챙긴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네이버 측은 “함부로 블로거의 권한을 제재할 수 없는 실정이다”고 해명했다.

네티즌들은 “파워블로거도 내부적으로 심사하는데 네이버가 모를 수 있을까”“한 대 팔면 7만원이라…영업사원이군요”“파워블로거도 세무조사를 해야 한다”“파워블로거들은 광고 블로거죠. 계란 볶음밥 하나 사진 찍어 올려도 쌀을 협찬 받는다”며 공분하고 있다.

심영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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