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대 이재진·송우성씨 “아라온호 타고 해상 탐사 … 가슴 벅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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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항에 앞서 쇄빙선 아라온호 앞에서 함께 사진을 찍은 이재진(오른쪽)씨와 송우성 씨. 이들은 5일까지 9일간 동해와 남해·서해의 대기 중 미세먼지를 측정한다. [경일대 제공]


“5일째 국내 최초의 쇄빙선 아라온호를 타고 동해에서 대기를 관측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는 배 멀미 한번 하지 않았어요.”

 경일대 위성정보공학과 3학년 이재진(25)씨와 송우성(25)씨는 1일 휴대전화를 통해 아라온호(6950t)의 동해 탐사 소식을 전했다.

 이들은 극지연구소 연구원들과 함께 지난달 27일 아라온호를 타고 부산항을 출발했다. 국내 최초의 정지궤도 위성인 천리안이 보내 오는 위성자료를 검증하기 위해 해양에서 직접 자료를 수집하는 것이 목적이다.

선상에서 관측장비 마이크로탑스로 대기중 미세먼지를 측정하고 있는 송우성 씨.

 이씨는 1일 오후 7시 아라온호의 동해상 좌표를 확인했다. 북위 36.6도 동경 130.5도. 포항에서 50㎞쯤 떨어진 해상. 임무는 관측장비 마이크로탑스를 통해 대기 중 에어로졸(미세먼지) 변화를 측정하는 일이다.

 일출부터 일몰 때까지 15분 단위로 해상에서 하늘을 바라보며 수치를 측정한다. 구름이 덮이거나 해무가 짙어지면 측정은 중단된다. 지난달 30일 오후엔 비가 내려 측정이 중단됐다. 위성이 지나가는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까지는 바빠진다. 측정 간격은 평소의 15분에서 5∼10분으로 좁혀진다. 측정치는 자동 입력된다. 이들 수치는 위성이 제공하는 측정치 값이 얼마나 정확한지 비교 검증하는 데 활용된다. 대기의 해상 관측 자료는 그동안 전무하다시피했다.

 동승한 연구원들은 태양빛 조사 등 다른 자료를 수집한다. 송씨는 “강의실에서 배운 이론을 바탕으로 대학생이 석·박사급 다른 연구원들과 나란히 자료 수집에 참여하는 것만으로도 영광”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그동안 학교에서 대기의 미세먼지를 측정하며 논문을 준비해 왔다. 그 덕분에 아라온호 탐사의 행운을 잡았다. 이씨는 “며칠 동안의 해상 측정치를 보니 육지보다 오히려 해상의 미세먼지 농도가 더 높게 나타나고 있다”며 “정밀 분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아라온호의 길이는 110m에 폭 19m. 배는 거의 흔들리지 않아 배 멀미를 느끼지 않았다. 그러나 태양은 육지보다 강렬했다. 두 사람은 선크림에 모자를 눌러쓰고 조사를 벌이지만 얼굴은 벌써 새까맣게 그을렀다. 5일 전 부산항을 출항할 때는 아라온호에 모두 60명이 승선했다. 지금은 일부 연구원이 내려 40여 명이 자료를 수집하고 있다.

 해가 지면 관측 업무는 끝이 난다. 그때부터는 그날 하루 측정한 자료를 정리한다. 다른 연구원과 회의실에서 의견을 나누기도 한다. 일과를 마치면 배 안에 마련된 여가시설을 이용한다. 헬스장을 비롯해 탁구장·사우나실·노래방 등이 있다.

 아라온호는 동해 관측을 마치면 남해를 거쳐 서해로 이동해 북쪽으로 올라가며 자료를 수집한 뒤 5일 임무를 마치고 인천항으로 입항한다.

 경일대 위성정보공학과 이권호(35) 교수는 “위성자료 분석 등 관련 기관으로부터 지원을 받다 보니 학생 두 명을 파견하게 됐다”며 “앞으로도 학생들의 현장학습 기회를 늘리겠다”고 말했다.

송의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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