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로 현장] 대원고속, 노선폐지 신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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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 오전 7시 경기도 화성시 동탄3동 두산위브아파트 앞 버스정류장은 출근시간인데도 직장인 4명만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 정류장에는 지난 2월과 3월 각각 개통한 서울 강남역행 1550-2번과 사당행 1553번 광역버스가 지난다. 아파트 입구에는 ‘광역버스 노선 개통을 환영합니다’라고 적힌 현수막이 아직 걸려 있었다. 20여 분을 기다리자 1553번 버스가 도착했다. 승객은 10명이 되지 않았다. 두산위브아파트 주민 김남호씨는 “강남역과 사당역으로 바로 갈 수 있어 좋지만 배차 간격이 한 시간이나 되고 도착 시간을 알려주는 버스정보시스템(BIS)이나 시간표도 없다”고 말했다.

 문제는 동탄3동 주민들이 이 버스마저 이용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1550-2, 1553번 버스를 운영하는 ㈜대원고속이 두 노선을 폐지한다는 방침이기 때문이다. 이미 지난 5월 관할 관청에 노선 폐지 신청을 냈다. 대원고속에 따르면 4월 한 달 동안 1550-2번 노선에서 3277만원의 적자가 났다. 운행을 시작한 2월부터 5월까지 3개월간 1억600만원의 적자를 냈다는 것이다. 1553번 노선도 3월에 2353만원의 적자를 보는 등 매월 3000만원 안팎의 적자를 내고 있다. 동탄신도시를 지나는 5개 광역버스노선 중 적자가 가장 많이 난다. 대원고속 측은 두 개의 노선을 통합하거나 변경해주지 않으면 아예 폐지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노선이 폐지되거나 바뀌면 동탄3동 주민들은 불편을 겪게 된다. 1553번 노선이 동탄3동에서 서울 사당역으로 가는 유일한 노선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동탄3동 주민들은 걸어서 20여 분 떨어진 동탄중심상업지역에서 사당행 M4403버스를 이용해야 한다. 두산위브아파트 유규환 동대표는 “고작 3개월 운행하고 노선을 폐지한다는 건 말이 안 된다”며 “좀 더 여유를 갖고 운행하면서 대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화성시는 승객이 많지 않은 동탄3동을 거치지 않고 수요가 많은 화성시 병점중심상가와 병점역 방면으로 운행하는 중재안을 내놨다. 그러나 동탄3동 주민들은 “폐지 나 다름없다”며 이를 거부했다. 화성시 교통행정과 신운범 운수행정팀장은 “광역버스는 지자체가 보조를 하지 않기 때문에 운수업체가 노선 폐지를 신청해도 법적으로 막을 방법이 없다”며 “ 대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길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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