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회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구리, 116으로 신천지 장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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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9면

<결승 1국> ○·구리 9단 ●·허영호 8단

제11보(107~116)=허영호 8단이 머리를 쥐어짜며 신음하고 있다. 그러나 중요한 고비에서 너무 크게 빗나가 사태를 수습할 방도가 보이지 않는다. 결국 107, 109가 고작이다. 집도 아니고 전투에도 별 도움이 되지 못하는 흑▲ 두 점이 다른 곳에 놓여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렇게 엉뚱한 데 힘을 쏟은 탓에 공들여 침투한 흑 한 점은 거저 죽을 운명이다.

 후회한들 늦었지만 흑가 무리였다는 박영훈 9단의 말이 새삼 가슴에 와 닿는다. 그 수로는 ‘참고도’ 흑1에 두고 백2 지키면 흑3으로 둬 상변을 지켜야 했다. 제아무리 고수라도 노상 정확한 판단을 내릴 수는 없다. 그러나 평소의 능력에 비춰 뚝 떨어진 판단을 내리는 건 무언가에 크게 흔들린 탓이다. 허영호는 세계대회 결승이 처음이고 구리라는 강자와 큰 승부를 벌이는 것도 처음이다. 이런 것들이 얼마나 무겁게 가슴을 짓누르는지는 무대에 서 본 사람만이 안다.

 112까지 선수해 두고 구리 9단은 유유히 상변으로 향하고 있다. 흑 한 점은 아직 죽지 않았다. A로 끊으면 수가 발생한다. 그러나 박영훈은 “좌변보다는 상변이 더 클지 모른다”고 말했었다. 116으로 늘어 두니 B와 C 등 맛 좋은 수들이 잇따라 보인다. 백이 드디어 확실한 우세를 장악했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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