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과자 만들기 위해 전 직원 포클레인 면허 도전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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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5호 26면

Q.임직원의 AQ(Artistic Quotient·예술가적 지수)를 어떻게 높일 수 있나요? AQ를 높이기 위해 구체적으로 어떤 프로그램을 운용하고 있나요? 전기톱도 다루게 한다면서요? 전 직원을 훈련시키느니 예술가 몇 사람을 기용하는 게 낫지 않나요?

경영 구루와의 대화<8> 윤영달 크라운해태 회장②

A.창의적인 것은 우리 손끝에서 나옵니다. 예술적 감각은 오감 중 촉각, 그중에서도 손끝을 통해 생긴다고 봅니다. 자기 손으로 직접 만지고 느껴봐야 감각이 생기고 또 더 예민해지죠. 단적으로 우리나라가 전자제품 강국이 된 건 우리 민족이 오랫동안 쇠젓가락을 써온 역사와 무관치 않습니다. 한·중·일 동북아 3국 중 우리만 가늘고 매끄러워 쥐기 힘든 쇠젓가락을 쓰죠. 이렇게 젓가락질도 레벨이 있습니다. 우리 조상들이 쇠젓가락을 쓴 건 가난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만.

송추 아트밸리에 있는 장승 등 대부분의 옥외 조형물은 우리 크라운·해태 직원들이 만들었습니다. 병 공예 등을 체험하는 공간으로 쓰이는 가건물도 직원들이 자기 손으로 세웠습니다. 동락도·낙락도 등 경내의 산책길도 직원들이 직접 닦았어요. 모두 AQ를 향상시키기 위한 프로그램들입니다. 창조적이 되려면 연습과 훈련, 다시 말해 체험이 필요합니다. 이런 체험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직원들은 전기톱도 듭니다. 장승을 만들려면 나무도 자를 줄 알아야 하거든요.

AQ가 높은 사람은 줄을 하나 긋거나 종이 한번 접는 것을 봐도 어딘가 다릅니다. 작가가 작품을 배치하면 뭐가 달라도 달라요. AQ를 높인다는 건 결국 작품을 만드는 능력을 성장시키는 것을 말합니다. 작가의 AQ 수준도 궁극적으로는 해당 작가가 만든 작품의 질이랄까 작품성을 보고 판단하는 것이죠. 구성원의 집단 AQ, 즉 G(Group)AQ는 직원들 가운데서 탁월한 사람의 AQ를 기준으로 구성원 전체의 AQ를 향상시켜야 합니다.

예술가와 디자이너가 어떻게 사고하고, 또 독창성을 발휘하기 위해 어떻게 스스로 훈련을 하는지 이제 기업도 알아야 합니다. 이런 것들이 제품에 예술적 감성을 담기 위해 앞으로 비즈니스에 도입해야 할 새로운 기술이죠. 식품산업을 예로 들면 미래의 식품산업은 음식을 팔지 않을 겁니다. 저는 식품을 통해 예술적 감성을 전달함으로써 식품산업이 고객에게 감동과 행복을 제공하는 예술산업이 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그런데 이런 것들은 모두 우리가 안 해본 일입니다. 새로운 일을 하려면 자신감이 필요하죠. 자신감은 직접 자기 손으로 해볼 때 비로소 생깁니다. 안전교육을 받고 나서 처음 전기톱을 잡으면 누구나 두려운 마음이 앞섭니다. 하지만 막상 자기 손으로 나무를 잘라 쓰러지는 것을 보고 나면 별일 아니라는 걸 압니다. 자신감이 생기는 거죠. 직원들도 즐거워합니다. 스스로 아티스트가 된 것 같은 착각·기분을 맛보게 됩니다. 직접 해보고 느끼고 그 결과 우리 삶이 달라질 때 우리는 예술가가 되고 그때 AQ가 높아진다는 게 저의 생각입니다.

일반인들은 다람쥐 쳇바퀴 돌 듯 하는 일상의 틀에 매여 삽니다. 그러나 예술가들은 그렇지 않죠. 그래서 직원들에게 아트밸리에 머무르는 동안만큼은 한번 예술가가 되어 보자고 말합니다. 예술가처럼 아름다움을 추구하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즐거워집니다. 즐거우면 몰입도가 높아지고 생산성도 올라가게 마련이죠. 저희 회사 총무과 직원들이 어느 날 건물 밖에 팔랑개비를 달아 놓았습니다. 지나가는 사람들을 즐겁게 해주기 위해서였죠. 예술가가 그렇듯이 나의 즐거움을 넘어서 타인에게 즐거움을 주어야겠다는 생각으로 발전한 거죠.

직원들이 이것저것 직접 만들고 또 아이디어를 짜내다 보면 감각이 떨어지나 봅니다. 예술을 주제로 한 대화에 자신이 끼지 못한다는 생각도 들고요. 그래서 요즘은 직원들이 시간을 내 미술관을 찾고 인터넷에서도 미술 작품을 검색해 봅니다.

미술 공부를 하는 거죠. 저의 경험에 비추어 볼 때 사실 작품을 많이 보는 것이 최선입니다. 선택적 지각이랄까, ‘관심이 없으면 봐도 잘 보이지 않는(心不在焉視而不見·심부재언시이불견)’ 법이죠.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를 쓴 유홍준씨의 표현을 빌리면 “아는 만큼 느끼고 느낀 만큼 보인다”고 할 수 있겠군요. 그림뿐 아니라 오페라도 그렇더라고요. 예술가를 초청해 강의도 듣습니다. 일례로 영업사원들이 박스 아트 작품을 만드느라 작가를 초대해 강의를 들었습니다.

회사에서 라이노 교육도 시킵니다. 2D(2차원)로 그린 그림을 라이노 3D(3차원) 프린터로 뽑는 겁니다. 그러자면 평면에 그리지만 입체로 된 모습을 상상할 수 있는 영상화 능력이 요구됩니다. 일반인에겐 그냥 선으로만 보이죠. 이렇게 그리고 나서 3D 프린터로 뽑아 보게 합니다. 이런 훈련이 왜 필요할까요. 과자도 조각처럼 3차원입니다. 과자를 각지거나 둥글게만 만드는 건 AQ가 아직 낮아서 그렇습니다. 초콜릿을 지금처럼 판 형태로 만들라는 법 있습니까. 더 입체적이고 더 예쁘게 만들 수도 있거든요. 우리 개발팀에 주문을 하지만 아직은 못 만들어 냅니다. 언젠가 나올 겁니다.

최근엔 전 직원이 포클레인 운전면허를 취득하도록 했습니다. 포클레인을 한 대 사서 우선 저부터 면허를 따고 전 임직원이 포클레인 운전에 도전해 보게 할 겁니다. 포클레인을 운전할 줄 알면 표현력이 더 확장될 겁니다. 아트밸리에선 흙으로 빚어 구운 후 칠을 하는 그런 공예만 하는 게 아닙니다. 조각과 설치미술도 합니다. 무슨 작품을 하게 될지 모르니 전방위로 표현할 줄 알아야죠. 이렇게 자기표현 능력을 키우는 건 마치 언어를 배우는 것과 같습니다. 크라운·해태 직원이 경쟁사보다 강한 건 표현력으로 무장이 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AQ 경영은 진화 중입니다. 방향성만큼은 확실하지만 구체적으로 어느 단계에서 무엇을 어떻게 실행해야 하는지는 누구도 모릅니다. AQ 경영을 한다니까 예술가를 대거 영입해 맡기면 되지 않느냐고 하는 사람들이 있더군요. 경영과 예술 행위는 크게 다릅니다. 경영은 내 욕심만 차리면 반드시 실패하게 돼 있습니다.

남의 욕심, 즉 고객의 니즈를 읽어내야 성공하죠. 그런데 예술가는 유아독존에 사로잡힌 사람들입니다. 자기 작품을 최고로 아는 부류죠. 우리가 박스 아트를 시작할 때의 일입니다. 작가에게 의견을 구했더니 작품에서 자꾸 그 작가의 느낌이 강해지는 거예요. 예술적 가치는 높아졌는지 몰라도 난해하고 복잡해지더군요. 한마디로 재미가 없었습니다. AQ 경영을 시도한다고 예술가가 경영에 깊이 관여하면 안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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