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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정의 때리는 이시하라 … 일본 극우세력의 견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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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일본 보수세력의 ‘손 마사요시(한국명 손정의·孫正義·54) 견제’가 본격화하고 있다. 소프트뱅크 손 사장은 3·11 동일본 대지진 이후 사재 100억 엔(약 1350억원) 출연과 태양광 발전소 건설계획을 속속 발표하며 일본 사회의 ‘뉴 리더십’으로 떠오르고 있는 재일교포 3세 인물이다. 한동안 손 사장의 독주를 지켜보던 일본 기득권세력과 보수세력은 “이대로 놔두었다간 안 되겠다”는 판단에 손 사장 공격에 나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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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장 먼저 포문을 연 것은 극우세력의 대표 격인 이시하라 신타로(石原愼太郞) 도쿄도지사. 그는 2주 전인 지난달 18일자 마이니치(每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작정하고 손 사장에게 직격탄을 날렸다. 손 사장이 추진 중인 대규모 태양광 발전소인 ‘메가 솔라(mega solar)’ 구상이 타깃이었다.

 “나보고도 손 사장이 추진하는 ‘자연에너지 협의회’에 참가해 달라고 간접 의뢰가 왔는데…, 솔라(태양광)만의 발전(發電)으로 과연 일본 사회가 움직일 거라고 생각하세요? 어림도 없는 이야기.”

 이시하라 도지사의 발언을 이어받아 지난달 20일에는 일본 재계의 대표단체인 게이단렌(經團連)의 요네쿠라 히로마사(米倉弘昌) 회장이 손 사장을 겨냥했다.

 “지금은 복구를 최우선시해야 될 때인데, (손 사장이) 재생가능 에너지에만 눈독을 들이고, 그것도 그 하나의 방법론에 불과한 (재생가능 에너지의) 전량 매입 제도만 주장하고 나서는지 의문을 품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손 사장이 장삿속으로 태양광 에너지 등 재생가능 에너지를 일본 사회의 키워드로 내세우고 있다는 비난이었다. 게이단렌은 철강·자동차·화학 등 지금까지 기득권을 누려 온 업계가 중심이 되는 조직. 산업 기득권 세력인 이들에겐 지금 태양광에너지를 내세우며 기존의 에너지 공급 구도를 뒤엎으려는 손 사장이 눈엣가시일 수밖에 없다. 게이단렌이 최근 들어 급격히 간 나오토(菅直人) 총리를 인신공격하고 조기 퇴진을 요구하고 있는 것도 배후에 손 사장의 존재에 대한 거부감이 있다는 분석이다. 간 총리가 손 사장과 호흡을 맞춰 ‘탈 원전’으로 나가려 하는 걸로 여기는 것이다.

 미디어도 나서기 시작했다. 보수우익 성향의 일본의 양대 주간지 ‘슈칸분슌(週刊文春)’과 ‘슈칸신초(週刊新潮)’는 최신호에서 일제히 톱 기사로 손 사장을 공격하고 나섰다. 슈칸분슌은 “손 사장이 지난달 20일 한국을 방문했을 때 이명박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는 ‘탈 원전’은 일본 이야기이며 안전하게 운영되고 있는 한국의 원전은 높이 평가한다고 했다”며 “이는 결국 손 사장의 ‘탈 원전’ 깃발이 장삿속에 불과한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잡지는 또 “손 사장은 태양광발전의 위태로움을 알면서도 자신의 배를 채우려는 ‘강욕(强欲) 경영’을 하고 있다”고 혹평한 뒤 “100억 엔 사재 출연도 여론을 끌어들이기 위한 투자에 불과했다”고 강조했다.

 슈칸신초도 “최근 손 사장의 언동을 보면 간 총리를 이용해 자연에너지 사업으로 한 건 크게 하려는, 즉 정상(政商)이 되려는 상혼이 뻔히 보인다”고 폄하했다.

 하지만 손 사장은 이 같은 견제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있다. 지난달 24일의 주주총회에서는 정관을 바꿔 ‘자연에너지에 의한 발전사업’을 사업 대상에 추가했다. 그는 메가 솔라 구상을 발표한 지 불과 한 달 만에 47개 도도부현(都道府縣) 광역지자체 중 35곳을 끌어들이는 데 성공했다.

도쿄=김현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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