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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신데렐라’ 탁신여동생 총리 눈앞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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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태국에 첫 여성 총리가 탄생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제1야당인 푸어타이당을 이끌고 있는 잉락 친나왓(44·사진)이다. 다음달 3일 치러질 총선을 앞두고 푸어타이당은 집권 민주당을 여론조사에서 크게 앞서고 있다. 방콕대 연구소가 최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푸어타이당은 집권 민주당(22.2%)의 두 배 가까운 37.2%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500명의 의원을 뽑는 총선에서 과반 의석을 차지한 정당 또는 연립정당의 지도자가 총리가 된다.

 차기 총리감을 묻는 여론조사에서도 잉락은 47.2%로 아피싯 웨차치와(46) 현 총리(28%)를 크게 앞질렀다. 정계에 입문한 지 한 달여 만에 유력 총리 후보로 떠오른 그를 두고 BBC 등 외신들은 ‘태국 정치의 신데렐라’라고 부른다. 탁신 친나왓(62) 전 총리의 막내 여동생인 잉락은 미 켄터키주립대 행정학 석사 출신으로 통신·부동산 회사를 경영했다.

 그의 인기는 오빠의 후광 때문이라는 지적도 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잉락 열풍’을 설명할 수 없다. 수려한 외모와 언변, 발랄하면서도 겸손한 태도가 표심을 끌고 있다는 분석이다. 기존 정치에 때묻지 않은 정치 신인이라는 점도 국민적 기대를 모으고 있다.

 2년7개월 만의 정권 탈환을 노리는 푸어타이당은 지난달 그를 총리 후보로 내세웠다. 탁신 지지층(농촌 주민과 도시 빈민)을 결속시키자는 전략이었다. 수려한 외모의 아피싯 총리에게 대적할 수 있는 젊고 매력적인 여성 후보라는 점도 작용했다. 이 같은 전략이 먹혀 잉락은 중산층에서도 지지기반을 넓혀가고 있다.

 잉락에게 오빠 탁신은 든든한 후광인 동시에 ‘아킬레스건’이기도 하다. 급진 개혁정책으로 왕실·군부와 대립하다 2006년 쿠데타로 실각해 두바이에 망명 중인 탁신은 여전히 태국 정국의 ‘뜨거운 감자’다. 집권 민주당을 비롯한 태국 지배층에 잉락의 총리 등극은 탁신의 복권과 동의어로 받아들여진다. 그래서 집권 민주당은 이번 총선에서 반(反)탁신 정서몰이에 주력하고 있다.

정현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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