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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살아 있는 권력’ 겨누나 … 박태규 강제 송환 추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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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김준규 검찰총장(왼쪽)이 27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브라이언 손더스(Brian J Saunders) 캐나다 연방 검찰총장과 만나 부산저축은행의 정·관계 로비를 담당한 의혹을 받고 있는 박태규(캐나다 체류 중)씨의 국내 조기 송환을 요청하고 있다. [뉴시스]<사진크게보기>


검찰은 부산저축은행그룹 구명 로비를 벌인 뒤 캐나다로 도피한 박태규(72)씨의 체류 자격을 정지시키고 강제로 송환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검찰이 박씨에 대한 범죄인 인도청구를 캐나다 측에 했지만 박씨를 한국으로 데려오기까지는 시간이 오래 걸리는 점을 감안한 것이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28일 “외교통상부를 통해 박씨의 여권 취소 조치를 한 뒤 캐나다 이민국과 협조해 체류 자격을 정지시킴으로써 (캐나다 내에서) 강제 퇴거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1년 가까이 걸리는 범죄인 인도청구에 비해 여권 취소-강제 퇴거-국내 송환 절차를 밟으면 이르면 1~2주 내에 송환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검찰의 계획이 순탄하게 이뤄질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 외교통상부 관계자는 “국내 송환이 가능하려면 우선 박씨의 소재가 파악돼야 하고, 캐나다 당국이 신병 확보에 적극 협조해야 하는데 쉽지만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검찰은 감사원이 저축은행 감사 결과를 청와대에 보고한 지난해 5월 이후 부산저축은행이 박씨를 내세워 청와대·정부 등 현 정권 고위 인사들을 상대로 집중적인 구명 로비를 벌인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 주변에서는 “김 총장이 8월 임기 만료 전에 수사의 큰 줄기를 잡으려는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김 총장이 지난 27일 브라이언 손더스 캐나다 연방 검찰총장에게 박씨의 조속한 송환을 요청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박씨의 신병을 확보해 ‘살아 있는 권력’과 관련된 의혹을 규명하는 것이 수사의 성패를 가릴 ‘가늠자’ 역할을 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검찰로서는 이명박 대통령이 27일 청와대 영수회담에서 부당인출 수사 결과에 대해 “감정적으로는 받아들여지지 않는다”고 말한 것도 부담스러운 대목이다.

 대검 중수부는 박씨가 지난해 6월과 11월 두 차례의 부산저축은행그룹 증자 과정에 모두 개입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검찰은 1차 증자(1500억원) 당시 박씨가 성공 보수로만 6억원을 받았다는 진술을 확보한 상태다. 그는 2차 대주주 유상증자(941억원) 때는 휠씬 많은 액수의 로비자금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박씨는 기업 회장 직함이 새겨진 명함을 여러 개 갖고 다니며 ‘박 회장님’으로 불렸지만 실제 법인세를 납부한 적은 한 번도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이 부산저축은행 고문변호사였던 박종록(59) 변호사가 은행 구명을 위해 정부 인사들을 접촉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조사를 벌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대검 중수부는 28일 부산저축은행그룹이 특수목적법인(SPC)인 SB파트너스를 통해 관리해 오던 서울신용평가정보의 서울 상수동 본사를 압수수색했다. 부산저축은행그룹은 영업정지 하루 전인 2월 16일 서울신용평가 지분 43.6%를 칸서스파트너스에 매각하는 계약을 체결해 자산 은닉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검찰은 칸서스파트너스 김영재(64) 회장이 부산저축은행 경영진과 광주일고 동문이라는 점에 주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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