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가 바꾸는 사회] 4.여론 프리즘

중앙일보

입력

사이버 상에 복제된 손오공은 손오공인가 아닌가. 과거에는 상상조차 하기 힘들었던 질문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사이버 속의 나''는 진짜 나인가라는 지난주 화두에 대해 의외로 많은 사람이 ''나''라는 대답을 내렸다.

인터넷 투표 참가자 중 53%가 ''사이버 속의 나''가 ''나''라는데 동의한 반면 47%가 그렇지 않다고 답해 긍정적인 견해가 오히려 높았다. 그만큼 사이버 공간이 현실만큼 중요한 활동공간으로 다가오고 있음을 의미한다.

''의견쓰기''에 등장한 글들도 대부분 ''사이버 속의 나''가 ''나''라는 것을 긍정하는 견해들이 대부분이었다. 네티즌들의 의견이 집중적으로 반영된 까닭인 것으로 보인다.

이들의 가장 기본적인 논지는 "아무리 사이버 공간이라 하더라도 그 생각과 의견은 분명히 내가 내놓은 것이기 때문" <조흥연, choheung@unitel.co.kr>이라는 것으로 요약된다.

이 가운데는 "가지가 남의 집으로 뻗었지만 뿌리가 자신의 마당에 있으면 자신의 감나무이고 열매 또한 자신의 열매다" 라는 이항복의 일화를 소개하며 "사이버 세상의 나는 뿌리인 자기 자신에게서 뻗어간 한 가지일 뿐" <남민욱, minuk@unitel.co.kr>이라는 흥미있는 주장도 있었다.

보다 적극적 긍정론으로는 ''사이버 공간이 자신의 감추어진 진짜 모습의 분출구 역할을 하기'' 때문에 ''감추어진 자신의 모습을 최대한 엿볼 수 있다'' 며 ''사이버 공간이 자신을 여실히 드러내는 진정한 자아(自我) 의 실현 공간'' <오진영, 1018angel@hanmail.net>이라는 의견도 있었다.

사이버 공간이 물론 자아실현의 중요한 공간이기는 하지만 상업화의 가능성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바로 ''우리에게 환상을 제공한 매스 미디어가 거대 자본에 의해 장악됐던 것''처럼 ''사이버 공간도 이를 장악해 또 다른 환상을 제조.판매하려는 시도가 나타날 것'' 이라며 "사이버 공간을 인류의 확장된 진실한 공간으로 지키기 위해 환상과 거짓으로부터 진실을 지켜내는 또다른 노력이 필요하다" 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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