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 일자리 위해 골프장 불 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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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지 6월 22일자 3면.

정부가 지난 3월부터 시행 중인 ‘골프장 야간조명 사용 금지 조치’에 대해 법원이 제동을 걸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전국 골프장에 대한 금지 조치를 사실상 해제했다.

이 ‘등화관제’는 에너지 절약 효과가 크지 않으며 일용직 근로자 등 서민들의 일자리를 빼앗는다는 등의 문제점이 지적돼왔다.

하종대 부장판사

 서울행정법원 행정2부(부장 하종대)는 24일 인천공항 부근에 있는 스카이72 골프장과 (주)고령컨트리클럽 등 전국 36개 골프장 업체가 “실외 골프장에 대해 야간조명 사용 금지 처분을 내림으로써 막대한 매출 손실을 입고 있다”며 지식경제부 장관을 상대로 낸 에너지 사용 제한 처분 집행정지 신청 사건에서 “본안 판결 선고 때까지 금지 조치의 집행을 정지하라”고 결정했다. 야간조명 시설을 갖춘 골프장 업체들은 결정문을 송달받는 즉시 야간 영업을 재개할 수 있다. 재판부는 “이들 골프장 업체는 야간조명 금지로 성수기인 4~10월 매출액이 상당히 감소될 것으로 보인다”며 “지속적으로 매출액이 감소하면 업체들은 종업원을 휴직시키거나 해고하는 등의 조치를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신청인들이 입는,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예방하기 위해 금지조치를 정지해야 할 긴급한 필요가 인정되며, 이번 집행 정지가 정부의 에너지 정책 전반을 흔드는 등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고 보이지도 않는다”고 덧붙였다.

이번 결정에 대해 스카이 72 측은 “새벽과 야간 개장 때는 전력 수요 피크 시간대가 아니어서 비싼 기름은 한 방울도 쓰지 않는다”며 “전시행정의 피해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한편 지식경제부는 이날 전국 골프장의 야간조명 사용 여부에 대한 단속 활동을 일시 중단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 같은 방침은 소송과 가처분신청을 낸 업체뿐 아니라 다른 모든 골프장 업체들에 대해서도 금지 조치를 사실상 해제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한국골프장경영협회에 따르면 전국의 골프장은 회원제 213개, 퍼블릭 169개다. 지경부 관계자는 “소송 등을 낸 업체와 내지 않은 업체 간의 형평성 차원에서 단속 활동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지경부는 지난 3월 2일 ‘에너지 사용 제한 공고’를 통해 실외 골프장 코스에 설치된 조명타워의 점등을 금지했다. 이에 매출액이 급감한 골프장 업체들이 소송과 함께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다음은 법원의 결정문 요지.

-국제유가가 최고 배럴당 140.7달러까지 올라갔던 2008년에도 민간부문에서는 강제 조치 없이 자율적인 권고조치만 취했다. 현재 배럴당 100~120달러 수준으로 안정된 국제유가와 원유수급 상황을 고려할 때 권고적 조치나 가격인상 등을 통한 수급 조절 대신 특정 민간부문의 시설 이용 자체를 제한하는 조치가 필요한지 의문이 없지 않다.

-골프장 업체들이 야간 영업을 위해 사용하는 전력량이 그리 많지 않고 사용시간대도 하절기 전력 수요가 몰리는 시간대가 아니며, 동절기에는 야간영업 자체를 하기 어렵다. 골프장의 야간영업이 전력 수급에 큰 부담을 주는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조강수·구희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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