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뉴욕 맨해튼 랜드마크 빌딩 샀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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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국민연금이 미국 뉴욕 맨해튼의 랜드마크인 파크웨이 230번지 ‘헴슬리(Helmsley)’ 빌딩을 샀다. 맨해튼 남북 횡단도로인 파크웨이 애비뉴 중간(45~46가)을 가로막고 선 고풍스러운 건물로 메트라이프 빌딩 바로 앞에 서 있다. 1929년 센트럴 철도회사가 본사로 쓰기 위해 34층으로 지은 건물로 82년 뉴욕시가 맨해튼 랜드마크로 공식 지정한 바 있다. AIG투자운용, 스위스리, 도쿄해상 등 주로 보험회사가 입주해 있다.

국민연금이 매입한 맨해튼 파크웨이 230번지 ‘헴슬리(Helmsley)’ 빌딩. 맨해튼 파크웨이 북쪽에서 남쪽을 바라볼 때 길을 가로막고 있는 건물이다. 바로 뒤에 메트라이프 빌딩이 서 있다. [블룸버그]

 23일(현지시간) 국민연금공단 뉴욕사무소 개소식에 참석한 전광우 이사장은 “부동산 전문 투자 펀드인 인베스트코어와 공동으로 헴슬리 빌딩 매입을 지난 9일 매듭지었다”고 밝혔다. 지분은 국민연금이 49%, 인베스트코어가 51%를 보유하는 조건이다. 국민연금 지분이 50% 미만인 건 세금 문제 때문이라고 전 이사장은 설명했다. 헴슬리 빌딩은 2007년 골드먼삭스가 10억 달러 이상에 사들였으나 이듬해 금융위기가 불거진 뒤 매물로 나왔다. 국민연금의 매입가는 공개되지 않았으나 골드먼삭스보다는 훨씬 싸게 산 것으로 알려졌다.

 임대 면적은 13만260㎡(3만9404평)로 현재 공실률은 14%다. 전 이사장은 “헴슬리 빌딩은 97년부터 초현대식 건물로 리노베이션을 하고 있다”며 “지난해 친환경 에너지효율(LEED) 골드 등급을 따냈다”고 설명했다. 비어 있는 사무실도 입주자가 없는 게 아니라 리노베이션 공사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로써 국민연금은 지난 2009년 본격적인 해외 부동산 투자에 나선 이후 헴슬리 빌딩을 포함, 전 세계 핵심 도시에 9개의 빌딩을 보유하게 됐다. 2009년에 매입한 5개 빌딩은 매년 6% 안팎의 임대수입과 가격상승에 따른 12%의 평가수익률을 올리고 있다고 국민연금은 설명했다. 이 중 투자규모가 가장 큰 곳은 2009년 11월 1조4860억원을 투자해 인수한 영국 HSBC타워다.

 340조원 규모 국민연금 자산 가운데 해외 부동산 투자 비중은 약 1.3%다. 이는 8~10%에 달하는 선진국 펀드의 투자 비중에 비해 여전히 낮은 수준이라는 게 국민연금의 설명이다. 전광우 이사장은 “미국 부동산시장이 침체했으나 맨해튼 랜드마크 빌딩은 거의 영향을 받지 않았다”며 “헴슬리 빌딩은 입주자가 사무실을 그대로 쓰는 조건이어서 안정적인 임대료 수입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그는 “해외 부동산 투자가 위험하다는 인식이 국내엔 아직 있지만 그렇다고 수익률이 3% 안팎인 채권만 사면 연금 고갈만 앞당길 뿐”이라고 설명했다. 전 이사장은 “국민연금의 운용수익률이 연 6%라고 가정할 때 2060년이면 기금이 고갈되는데 수익률을 1%포인트만 올려도 기금 고갈 시점을 9년 뒤로 미룰 수 있다”고 강조했다.

뉴욕=정경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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