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서 ‘한국말 하는 변호사’ 귀하신 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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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한국어 구사 가능한 변호사. 최근 한국 법률 업무 전담하는 팀 개설한 이 회사에서 당신의 경력을 키우세요.” “M&A(인수합병)와 해외 투자 분야 경험 많은 변호사. 한국어 필수.”

 최근 홍콩의 변호사 구인·구직 사이트인 ‘로 얼라이언스(Law Alliance)’의 게시판에 ‘한국어’가 키워드로 등장하고 있다. 홍콩에 아시아 전초기지를 두고 있는 영국 초대형 로펌들이 7월 1일 한국 법률시장 개방을 앞두고 사무소 설치 등 상륙을 서두르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영국 최대 로펌인 클리퍼드 찬스(Clifford Chance)는 서울 도심에서 사무실 자리를 알아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앨런 앤드 오버리(Allen & Overy)의 아시아·태평양 홍보 책임자 새런 풍은 “한국은 아시아에서 성장 잠재력이 큰 매우 중요한 시장”이라며 “우리가 진출하게 되면 한국 기업의 해외 투자와 관련한 국제법 자문에 집중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영국계 대형 로펌도 한국인 변호사들을 충원해 한국팀을 강화한 상태다. 이 로펌 관계자는 “최근 한국어가 가능하고 한국 내 인적 네트워크가 탄탄한 변호사 2~3명을 확보했다”고 말했다.

 해운·물류·보험에 강세를 보이는 영국 중견 로펌 에버셰즈(Eversheds)의 로널드 섬 홍콩 본부 파트너 변호사는 “우리도 한국팀을 정비하고 한국인 변호사들을 충원했다”며 “법률시장 개방 초기부터 한국 시장에 터를 잡고 마케팅 능력을 키워야 한다는 압박감을 느끼고 있다”고 털어놨다. 다음은 섬 변호사와의 일문일답.

 -한국 법률시장이 어떤 점에서 매력적인가.

 “한국은 아시아 신흥시장 중에서 가장 역동적이면서도 안정성이 높은 시장이다. 유럽의 재정위기로 인해 신흥시장에 대한 유럽의 투자 수요가 커지고 있다. 또 한국은 수출 주도 경제 아닌가. 한국 기업을 영국 런던의 증권거래소에 상장하는 기업공개(IPO)가 잇따를 가능성이 크다. 해외 투자와 M&A 수요도 성장세다.”

 -서울에 사무소를 열 계획인가.

 “그렇다. 선점 효과를 놓칠 수 없다. 한국의 관련 법에 따르면 사무소 대표의 경우 유럽연합(EU) 소속 국가 변호사 자격을 취득한 국가에서 3년 이상 활동하고 변호사 경력이 7년 이상 돼야 하는 등 자격 요건이 까다롭다. 그러나 적임자를 찾아서 이른 시일 안에 사무소를 열 것이다. 한국 IPO 시장 선점을 위해 다양한 기업을 만나 영업 활동을 해야 한다고 판단하고 있다.”

 -한국 로펌이 유럽 로펌에 얼마나 잠식될 것으로 보나.

 “유럽 로펌이 한국 변호사를 채용할 수 있는 5년 후에는 무한 경쟁이 벌어질 것이다. 소비자 입장에선 다양한 가격대, 서비스 품질 측면에서 폭넓은 선택권을 보장받게 된다. 한국 로펌도 경쟁력을 높이려는 노력을 꾸준히 하면 글로벌 로펌으로 도약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홍콩의 경우 개방을 통해 글로벌 수준의 경쟁력을 갖춘 현지 로펌을 배출하게 됐다.”  

홍콩=정용환 특파원

글 싣는 순서

<상> 국내 로펌 서바이벌 전쟁

<중> 법률시장 빅뱅의 교훈, 독일일본

<하> 개방 파고 어떻게 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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