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원짜리 구두 신는 자린고비 사장…매일 만원 ‘위스타트 기부보험’ 가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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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인천에서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한준희(70·사진)씨는 자타가 공인하는 ‘자린고비’다. 5만원짜리 양복을 입고 1만원짜리 구두를 신는다. 그런 한씨가 요즘 하루 1만원씩 모으고 있다. 매달 24만원을 10년간 납입하는 보험을 들었기 때문이다. 보험금은 한씨가 세상을 떠난 뒤 경기도 안산 위스타트 글로벌 아동센터의 아이들 지원에 사용된다. 가입자의 사망으로 10년을 못 채워도 최소 3000만원이 지원된다.

한씨가 지난 1월 가입한 이 보험은 저소득층 아동의 복지와 교육, 건강을 지원하는 위스타트(We Start) 운동본부의 ‘기부보험’이다.

 24일 오후 한씨는 안산 글로벌 아동센터를 찾았다. 그가 모은 기부보험금으로 도움을 받을 아이들을 직접 보고 싶어서다. 이 센터는 저소득층 다문화가정 자녀들이 한글을 배우고 보살핌을 받는 곳이다.

 황해도 연백 출신인 한씨는 6·25 때 부모를 잃었다. 쓰레기통을 뒤질 정도로 춥고 배고픈 어린 시절을 보냈다. 독지가의 도움으로 대학을 마쳤고 부부가 포장마차를 하는 어려운 시절을 거쳐 지금은 직원 10여 명에게 월급을 주는 ‘사장님’이 됐다.

그는 “한 달에 얼마씩이라도 남을 위해 쓰자”고 결심했지만 방법을 찾지 못했다. 올해 초 ‘기부보험 1호’ 가입자인 가수 이지영씨의 기사(본지 1월 5일자)를 보고 무릎을 쳤다. 조금씩 절약해서 저소득층 아동을 도울 수 있다는 말에 ‘이거다’ 싶었다. 위스타트 본부에 전화를 걸어 즉시 기부보험에 가입했다. 한씨는 “매일 조금씩 절약한 돈으로 내는 기부보험은 부담도 적고 믿음이 갔다”고 말했다. www.westart.or.kr·318-5080.

김혜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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