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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이제는 솔직해져야 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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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안재성
소설가

한국전쟁이 일어난 지 61년이 됐다. 모든 증거가 명백함에도 북한은 아직도 이 전쟁이 남한의 북침에 의해 시작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북한이 주장하는 북침의 증거란 당시 이승만 대통령과 정부 각료들이 북침을 주장했던 회의 문건들, 그리고 개전 직후 국군이 해주를 점령했다고 보도한 신문기사 같은 것들이다. 그러나 이승만의 허황된 북침 주장은 미국에 의해 강력히 제지돼 군사지원까지 끊어진 것이 사실이고, 국군의 해주 점령설은 언론의 명백한 오보였음이 드러난 지 오래다.

 북한의 억지 주장은 한국전쟁에 대한 것만이 아니다. 아웅산 테러 사건, KAL기 폭파 사건, 그리고 최근의 천안함 사건까지 자신들에게 불리한 사건들은 하나같이 자신들의 소행이 아니라고 부인해 왔다.

 북한은 이제라도 솔직해져야 한다. 남한에 대한 무력도발들에 대해서뿐 아니라, 북한 내부에서도 스스로 솔직해져야 한다. 북한은 최근 강성대국을 외치며 2012년부터 비약적인 경제발전을 이룰 것이라고 호언하고 있다. 하지만 경제발전의 원동력은 자유와 민주주의다. 거주 이전과 여행의 자유, 상거래의 자유, 정보소통의 자유가 없는 한 강성대국의 꿈은 요원하다.

 아마도 북한 정권은 그런 자유들이 열리면 북한의 상대적 빈곤이 드러나고 독재체제에 대한 분노가 폭발할까 두려워하는 것 같다. 하지만 중국이나 베트남의 경우에서 보듯이 자기 나라가 가난하다고 해서 다 조국을 떠나거나 폭동을 일으키는 건 아니다. 보다 솔직히 자신들의 오류를 인정하고 하루빨리 정보를 개방해 북한 주민들로 하여금 자가면역 체계를 갖추게 하는 것이 북한 정권의 살길이기도 하다는 것을 속히 깨달아야 할 것이다.

 북한은 말로만 통일을 부르짖지 말고 실질적으로 통일을 위해 자기 자신부터 살찌우고 주민들의 지지를 받는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 그것은 역사와 현실 앞에 보다 솔직해지는 일로부터 시작할 일이다.

안재성 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