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번째 솔로앨범 〈완전힙합〉 발표 이현도

중앙일보

입력

국내 가요계의 '힙합 전사' 이현도가 새 앨범 '완전 힙합'을 들고 돌아왔다.
세번째 솔로 앨범이다.

올해 그의 나이 스물 여덟. 힙합을 하기엔 너무 많은 나이라는 말을 들을 지 모르지만 나이 만큼 그의 힙합은 성숙해졌다.

일상에 더욱 밀착해 있으면서 냉소의 그늘을 짙게 드리웠고, 절묘한 라임으로 리듬감과 재미를 더한 것도 귀를 사로잡는 요소다. 첫 곡인 '디재스터스 오비트' 는 " '자 내가 왔다' 란건 진부하다/ '시작하리라!' 는 말도 필요없다/이미 그대는 이리로 들어섰다/그대 나의 궤도에 함께 공전하라' " 고 선언하며 시작된다.

'투혼' '비틀린 세상' '돈이 머니(MONEY)?'등 독설적이지만 자기성찰적인 내용을 담은 가사는 은근한 리듬과 어울려 힙합으로 쓴 시(詩)처럼 들린다.

타이틀곡 '삐에로' 는 김완선의 곡 '삐에로는 우릴 보고 웃지' 를 차용해 힙합 리듬과 독특한 조화를 끌어낸 곡.
'낙.낙.낙.낙…' (knock)' 을 비롯해 '팝' (pop)과 '홧' (what), '찬' (chan)등을 반복해 운율을 맞춰 리듬이 잘 살아있고 쉽고 친근하게 다가온다.

- '완전 힙합' 이라는 음반 제목이 눈에 띄는데 자신감의 표현인가.

"아니다.
오히려 반어적이고 냉소적인 표현에 가깝다.
무엇이 과연 완전한 힙합이냐고 스스로 던지는 질문이다.
정말 완전한 힙합 음악을 하고 싶다는 개인적인 염원도 함께 담았다."

- 요즘엔 너도나도 힙합을 하는 분위기다.
진짜 힙합이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나는 힙합 때문에 음악을 시작했다.
하지만 힙합은 이런 소리를 내야 한다, 혹은 이런 정신을 담고 있어야 한다고 좁게 정의하는 것에 반대한다.
국내 힙합의 역사는 10년도 채 안된다.
'정통' 이란 단어는 함부로 사용되어서는 안된다.
적어도 힙합이라고 불리는 것은 국경을 뛰어넘어 그 누가 들어도 '힙합' 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하지 않을까. "

- 힙합의 매력을 말한다면.
"힙합은 은근한 감흥 그 자체다.
또 살아 움직이는, 진행으로서의 시(詩)이기도 하다.
힙합의 박자는 긴장을 최대한 풀었을 때의 심장 박동수와 비슷하다. 그래서 힙합의 핵심은 리듬이다."
그는 이번 음반에서 가장 애착이 가는 곡으로 '라이프 타임' 을 꼽았다.

일기장을 펼쳐보이듯 자기 얘기를 진솔하게 담아낸 만큼 가사나 리듬이 자연스럽게 흘러나왔다고 했다.

"거리의 모두는 나를 알고 있다/…/내 음악속의 한음 한음은 듣지 않고/TV 나오는 모습 한번에 내키는대로 함부로 가늠하는 그들은 그만큼 내면의 나를 모른다/… 신문으로 얼핏본 그대로 묻는 그들은 그만큼 괴로운 나를 모른다" 는 뼈가 담긴 듯한 가사가 귀를 기울이게 한다.

"나는 '가수'로 불리는 사람보다 '음악을 만드는 사람' 으로 남고 싶다. 지난 8년동안 배운게 있다면 '마케팅을 너무 믿으면 안된다' 는 것이다.소신이 중요하다는 걸 알았다. "
인기 절정의 듀스 시절을 거쳐 솔로로도 꿋꿋이 활동해온 그가 앞으로 음악에 대한 소신을 어떻게 펼쳐 나갈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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