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벤처기업주가 극단적 양극화

중앙일보

입력

코스닥등록 벤처기업들의 주가에 대한 거품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코스닥벤처기업 시가총액의 절반 가까이가 거품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또 등록벤처기업들 중 절반 가량은 주가에 거품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나 나머지 절반은 크게 과소평가돼 있는 등 벤처기업의 주가가 극단적으로 양극화돼 있는것으로 나타났다.

27일 LG경제연구원의 이원흠 연구위원팀이 지난달 26일을 기준으로 코스닥 등록벤처기업중 98회계연도 재무자료 입수가 가능한 124개 기업과 미국 나스닥 100지수에 포함된 100개 기업을 대상으로 실물옵션모형을 이용한 주가 과대평가여부를 비교분석한 결과 코스닥 벤처기업 시가총액의 49%가 거품인 것으로 평가됐다.

또 이들 코스닥 벤처기업의 52%는 주가에 평균 80%의 거품이 있는 반면 48%는오히려 적정치에 비해 96%나 저평가돼있는 등 주가의 양극화현상이 상당히 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기존의 기업가치 평가방법인 할인된 현금흐름모형이 초기현금흐름이나쁜 벤처기업의 평가기준으로 부적합하다는 전제하에 평균투자수익률, 무위험이자율,경제성장률 등 투자환경요소를 가정해 벤처기업의 최적 투자가치규모를 구한 뒤기업의 현재시장가치를 나타내는 시가총액과 장부가부채총액의 합계와의 차를 구하는 방법으로 버블규모를 계산했다.

이같은 모형을 바탕으로 주가를 평가한 결과 이들 벤처기업의 지난달 26일 기준시가총액 27조원 가운데 과대평가액이 13조원에 달해 주가에서 버블이 차지하는 비중이 49%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비해 미국 나스닥 100지수편입 종목들의 경우 미국의 이자율 및 성장률을감안한 버블규모는 시가총액 3조8천억달러 중 70%가 넘는 2조7천억달러였으나 한국과 같은 조건하에서는 버블비중이 23%로 급감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높은 이자율 및 성장률 등 한국경제 및 증시환경이 기업의 성장가치에 대해 높은 평가를 내리게 해 벤처기업들의 주가에 대한 버블을 더욱 키우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한국과 미국의 하이테크기업들을 각각의 주어진 조건하에서 분석해 볼 때 과대평가정도는 전체적으로 크게 지나치지는 않지만 시가총액비중 상위기업들의 주가거품은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연구팀은 이같은 판단을 내리게 한 실물옵션평가모형이 실증분석결과 설명계수가 0.95로 대단히 높게 나타났다며 최근 기존 기업가치평가방법의 부적절성으로주당 매출증가율(PSR), 주당영업이익증가율(PEG) 등의 지표나 자본자산가격모형(CAPM)을 이용한 주가과대평가 여부 판단방법 등이 기업분석가들 사이에 무비판적으로사용되는 것은 가치평가에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종수기자 jsking@yonhap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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