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진, 재무구조 개선 약정 졸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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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진은 이제 변곡점을 지났다.”

 유경선(56·사진) 유진그룹 회장이 20일 열린 그룹 임원회의에서 한 말이다. 유 회장이 말한 변곡점은 2009년 6월 주채권은행인 농협과 맺은 재무구조 개선 약정. 유진은 지난달 재무구조 개선 약정을 졸업했다고 21일 밝혔다. 재무구조 개선 약정은 금융권 채무가 많은 회사의 재무구조를 평가해 불합격한 곳을 대상으로 채권단과 해당 회사가 재무구조를 개선하겠다고 맺는 약속이다. 유진은 또 그룹 최대 계열사인 하이마트를 29일 기업공개(IPO)한다. 유 회장은 “유진이란 이름 아래 계열사 간 시너지를 내 다시 한번 도약하겠다”고 말했다.

 유 회장은 평소 재무구조 개선에 대해 강한 의지를 보였다. 올 2월 유진기업 사원 교육 때는 “목표는 언제나 100% 이상 달성한다는 각오로 덤벼야 한다”며 “목표를 2% 앞뒀다고 해서 그만둘 순 없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유진은 2008년 1월 하이마트를 인수한 후 재무구조 개선에 나섰다. 총 8300억원의 자산을 매각해 2008년 말 기준 310%였던 부채비율을 지난해 말 166%까지 낮췄다. 하이마트를 상장하면 부채비율은 150% 이하로 개선될 전망이다. 그룹 관계자는 “하이마트는 지난해 매출 3조원을 올린 주력 계열사다. 최근 3년 동안 매출이 약 10%씩 성장했다. 상장을 계기로 그룹 재무구조를 탄탄하게 다질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룹 모회사인 레미콘 업체 유진기업도 지난해 흑자로 전환했다. 2008년 말 270% 수준이던 부채비율은 지난해 말 174%까지 떨어졌다. 영업이익이 흑자(618억원)를 냈고 택배회사 로젠을 588억원에, 하이마트 지분 100만 주를 500억원에 매각하는 등 재무구조를 개선하는 데 속도를 낸 덕분이다. 유진은 하이마트 상장을 완료하면 자회사의 지분가치가 상승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유진은 최대 경영 현안이던 재무구조 개선 약정을 졸업하고 하이마트를 상장하기로 함에 따라 올해 그룹 매출 목표인 5조 2000억원을 무난하게 달성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룹 관계자는 “유통·금융을 미래 신수종 사업으로 키운 것이 지난 3년 동안 버틴 원동력이 됐다”며 “2020년까지 20대 그룹에 진입하겠다”고 말했다.

김기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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