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레니엄 명반] 바흐 골드베르크 변주곡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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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기가 있으면서도 부드러워 잠 못 이루는 밤에 듣기 좋은 음악' . 요한 고트리프 골드베르크는 스승 바흐에게 작품을 위촉하면서 이런 단서를 붙였다.

골드베르크는 매일밤 불면증에 시달리는 주인 헤르만 카이저링 백작을 위해 하프시코드를 연주했다.

카이저링은 작센 공국 주재 러시아 대사를 지내고 라이프치히에 살고 있었다.

골드베르크가 루이 금화 1백프랑이 담긴 금 술잔을 바흐에게 선물한 것으로 보아 이 곡으로 카이저링을 잠들게 했음에 틀림없다.

이렇게 탄생한 '골드베르크 변주곡 BWV 988' (1742년)은 바흐가 아내 안나 막달레나를 위해 작곡한 〈아리아〉 를 주제로 삼아 작곡한 30개의 변주곡. 연주자에 따라 50~70분 가량 걸리는 이 음악은 영화 〈잉글리시 페이션트〉〈양들의 침묵〉 에서도 흐른다.

세계음악계에 일대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캐나다 피아니스트 글렌 굴드(1932~82)의 55년 녹음은 1977년 외계인들에게 들어보라고 우주탐사선 보이저호에 실었던 음악으로 유명하다.

64년부터 '서커스 쇼 같다' 는 이유로 라이브 공연을 단념하고 레코딩에 전념해 온 굴드는 레코딩에서도 예외없이 연주하면서 웅얼거리는 노래를 부른다.

굴드는 26년만에 디지틀 녹음을 다시 선보였다.
매우 빠른 템포로 녹음한 55년 녹음(38분 27초)에 비해 81년 녹음은 51분 15초로 '느림의 미학' 을 터득했지만 다른 연주자들보다는 여전히 빠른 템포다.

81년 녹음은 훨씬 냉정하고 내성적인 연주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음표 하나하나가 살아 움직이는 듯한 생동감과 영롱한 음색이 일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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