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이승엽 홈런포 재가동

중앙일보

입력

기다리던 '밀레니엄샷' 이 터졌다.

'라이언킹' 이승엽(삼성)이 새 천년 홈런포에 불을 붙였다.

이승엽은 20일(이하 한국시간) 해외전지훈련 캠프가 있는 애리조나 피오리아에서 자체 청백전 도중 시원스런 홈런포를 그려냈다. 새 천년 첫 홈런이었다.

이승엽은 올해 선발 진입이 유력한 잠수함투수 권오준의 1백45㎞짜리 바깥쪽 직구를 걷어올려 한 가운데 펜스를 넘기는 비거리 1백25m짜리 아치를 그려냈다.

타구방향과 비거리를 볼 때 특유의 콤팩트한 스윙에서 나온 정확한 임팩트로, 맞는 순간 체중이 모두 실렸다.

자체 청백전에서 터진 홈런 한방에 의미를 실어야 하는 이유는 이승엽이 겨울 동안 자신의 머리 속을 어지럽혔던 '고뇌' 로부터 이제는 벗어났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승엽은 지난해 10월 20일 자신의 국내 마지막 경기였던 롯데와의 플레이오프 7차전에서 8회말 박석진으로부터 중월 2점 홈런을 때려냈다.

삼성에 승리를 안겨주며 이승엽의 화려한 시즌 피날레를 가져다 줄 것으로 보였던 이 홈런은 정반대로 혼란과 좌절을 가져다 줬다.

플레이오프에서의 역전패와 한.일 슈퍼게임에서의 부진, 귀국 후 연봉을 둘러싼 혼선, 선수협 출범 이후 이미지 실추 등 이승엽은 흔들릴 대로 흔들렸다.

이후 이승엽은 철저한 침묵 속으로 빠져들었다. 전지훈련에 들어가서도 제 몫만 할 뿐 지난해의 밝은 웃음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그러나 이날 기다렸던 밀레니엄샷을 날리자 오랜 만에 환하게 웃었다. '국민타자' 로 부활하기 위한 신호탄이 터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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