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저축 로비 의혹, MB정부 청와대까지 번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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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서갑원(左), 박형선(右)

부산저축은행 정·관계 로비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가 여야 정치인들과 청와대 측근 인사로 번지고 있다. 서갑원(49) 전 민주당 의원에 이어 청와대 정무1비서관이었던 김해수(53) 한국건설관리공사 사장이 구명로비 명목으로 수천만원을 받았다는 진술이 나오면서다. 특히 김 사장에게 돈을 준 건 한나라당 박모 의원에 대한 로비명목이라는 윤여성(56·구속기소)씨의 진술도 나왔다.

 14일 검찰 등에 따르면 이 사건은 감사원의 저축은행 감사가 본격화된 2010년 5월 박 의원이 자료를 요청하면서 시작됐다. 당시 부산저축은행은 퇴출 위기를 느낄 만큼 절박한 상황이었다. 이에 따라 당시 청와대 비서관으로 있던 김 사장에게 구명 요청과 함께 수천만원을 건넸다는 게 윤씨 진술이다. 윤씨는 “김 사장이 며칠 뒤 ‘박 의원 관련 사안은 안심하라’고 알려 왔다”고 말했다. 로비의 효과가 있었다는 것이다.

검찰은 조만간 김 사장을 불러 대가성 있는 돈을 받은 뒤 박 의원 측에 로비를 벌였는지 등을 조사할 예정이다. 검찰은 또 박 의원을 참고인 자격으로 소환 조사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이에 대해 김 사장은 “2008년 총선 당시 인천 계양갑 지역구에 한나라당 예비후보로 출마를 준비할 때 지역구 사업가인 윤씨를 알게 돼 몇 차례 만난 적이 있다”며 “하지만 돈을 받은 사실은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검찰은 또 2008년 10월 서갑원 전 의원에게 3000만원을 줬다는 김양(58·구속기소) 부산저축은행그룹 부회장 진술의 진위를 확인하기 위해 두 사람의 휴대전화 통화내역 추적에 착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조만간 서 전 의원도 소환 조사할 방침이다.

 검찰은 또 참여정부 실세들과 친분이 두터운 박형선 해동건설 회장이 김 부회장의 서 전 의원 접촉 과정에서 자신의 별장을 대기 장소로 제공한 정황이 확보된 것과 관련해 박 회장을 통한 다른 참여정부 인사들의 금품수수 여부도 함께 수사 중이다. 한편 삼화저축은행 신삼길(53) 명예회장의 변호인인 하광룡 변호사는 이날 “명망 있는 정·재계 인사들이 신 회장과 관련이 없는데도 엉뚱한 피해를 보고 있다”며 정·관계 로비 의혹을 부인했다. 하 변호사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아들 지만씨는 신 회장과 순수한 친구 관계”라며 “의혹이 제기된 인사들이 신 회장을 도왔다면 저축은행 가운데 삼화저축은행이 제일 먼저 영업정지를 당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진석·최선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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