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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렁에 빠진 보금자리주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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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현철·황정일 기자기자]

욕심이 과했나.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을 풀어 임기중 32만 가구의 반값 아파트를 공급하겠다던 이명박 정부의 계획 말이다.

야심찬 계획은 이미 삐걱댄다. 목표 물량을 채우는 것은 요원해졌고, 반값 공급도 물건너갔다. 정부는 내부적으로 궤도 수정에 나섰다.


한국주택토지공사(LH)는 올해 보금자리주택 전체 사업승인 물량을 10만 가구로 책정했다고 밝혔다. 이중 순수하게 그린벨트를 푼 보금자리주택지구에 짓는 집은 2만2000 가구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기존 신도시 지구에 지으면서 명칭만 보금자리라고 붙인 아파트다. LH는 최근 이같은 내용을 국토해양부에도 보고했다.

서울시 산하 SH공사와 경기지방공사 등이 올해 공급하는 보금자리주택도 1만8000여 가구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사업승인 4만가구 그칠 듯

2008년 처음 보금자리주택 청사진이 나올 때만 해도 2018년까지 32만가구를 공급하는게 목표였다. 하지만 국토부는 2009년 초 현 정부 임기 내에 목표를 모두 채우겠다고 욕심을 부렸다.

연평균 8만 가구씩 짓겠다는 목표를 세운 것이다. 결과는 형편없었다.

지난해까지 사업승인이 난 보금자리주택은 9만5000 가구다. 올해 목표를 다 채워도 13만5000가구에 불과하다. 현재 LH 여건상 내년에 18만5000가구를 지어 목표를 채우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렇게 된 데는 무엇보다 LH의 자금난 영향이 컸다. 지난해 연말 기준으로 LH의 빚은 125조원. 하루 이자만 100억원을 내야하는 상황에 이르자 대대적인 사업 구조조정을 벌이고 있다.

▲ 보금자리 시범지구인 서초지구 조감도.

이 과정에서 보금자리주택도 영향을 받았다. 보금자리주택 공급을 정책 1순위로 꼽고 있는 국토부로서는 난감한 상황에 빠졌다.

정종환 전 장관은 지난 3월 이례적으로 LH 전체 간부들을 불러모아 워크숍을 열고 “상황이 어렵지만 보금자리주택 정책은 차질없이 해야한다”고 강하게 질책하기도 했다.

하지만 3차로 지정된 광명·시흥지구의 경우 보상비가 9조원을 넘어서자 사업을 중단하는 등 발표된 계획조차 제대로 이행하지 못하고 있다.

LH 유영균 보금자리사업처장은 “경영정상화를 위한 사업 구조조정에 들어간만큼 보금자리주택도 규모 축소가 불가피하다고 국토부에 보고했다”고 말했다.

더이상 지을 땅이 없는 것도 문제다. 국토부 안충환 공공주택총괄과장은 “대규모 단지를 만들 수 있는 수도권 그린벨트는 이미 소진돼 찾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때문에 국토부는 5차 보금자리주택지구 4곳 가운데 3곳의 규모를 5000가구 미만의 소규모로 결정했다.

반값 아파트라는 가격 목표 역시 맞추기 어려워졌다. 처음부터 반값 아파트 구상은 개발이익을 분양받은 사람에게 몰아준다는 이유로 ‘로또 아파트’ 논란이 거셌다.

여기에 분양가가 싼 보금자리를 기다리는 대기 수요 때문에 민간 아파트 시장에서 미분양이 대거 발생하고 있다는 건설업계의 하소연까지 겹쳤다.

결국 국토부는 지난해 말 보금자리 분양가를 주변 시세의 80~85%에 맞추기로 방침을 바꿨다.

`반값` 가격목표도 맞추기 어려워져

사정이 이렇게 돌아가자 국토부도 내부적으로 목표수정에 나섰다. 이명박 정부 임기말로 당겼던 32만 가구 공급 시한을 다시 2018년으로 되돌리려는 것이다. 용두사미 꼴이다.

익명을 요구한 국토부 관계자는 “현 정부 임기 내에 모든 것을 하려 했던 게 무리였다”고 인정했다.

국토부는 또 분양물량의 80%를 차지하는 중형 아파트(전용면적 60~85㎡) 비중을 대폭 줄이고 60㎡ 이상 소형 평형을 50% 이상으로 늘리는 방안을 조만간 발표할 예정이다. 명분은 서민용 아파트를 늘린다는 것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소형을 늘리면 같은 면적에 더 많은 아파트를 공급할 수 있는 점을 고려한 발상같다”고 풀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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