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전문가 칼럼] 바람 피우고 오히려 이혼 청구?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11면

[중앙포토]

혼인생활의 파탄에 책임 있는 배우자가 이혼까지 청구할 수 있는가. 과거 남녀가 자신들의 사랑을 인정받지 못할 경우 함께 도망하거나 동반자살을 택하는 경향이 있었다고 한다면, 요즘에는 자신들의 사랑을 배우자에게 들킬 경우 되레 이혼을 요구하거나 배우자를 해하는 경향이 있는 듯 하다.

그렇다면 위와 같이 부정한 행위를 하는 등으로 배우자에 대한 사랑과 신뢰를 져버린 당사자가 이혼까지 청구할 수 있는가?

 원칙적으로 혼인생활 파탄에 주된 책임이 있는 배우자(이를 ‘유책배우자’라고 한다)는 이혼청구를 할 수 없으며, 다만 예외적인 경우에 한하여 이를 허용한다는 것이 대다수의 학설이며 법원의 입장이다.

물론 혼인생활의 파탄을 초래하는 경위는 대체로 복잡 미묘하여 그 책임이 당사자 어느 한쪽에만 있다고 확정할 수 없는 경우가 많으므로 부부간의 혼인관계가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파탄되었다면 이혼 청구인에게 전적으로 또는 주된 책임을 물어야 할 사유로 그 파탄의 원인이 조성된 경우가 아닌 이상 이혼청구는 허용된다 할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소위 불륜을 저지르는 등으로 혼인파탄의 결정적인 원인이 있는 유책배우자들의 이혼청구를 허용할 것인가.

그들은 ‘이제야 진정한 사랑을 만나게 되었다’에서부터 ‘외로웠다’,‘배우자의 무능과 학대에서 벗어나고 싶었다’는 등까지 초현실적 혹은 현실적인 다양한 변명을 하고, 그 중 일부는 이해가 되기도 한다.

그러나 이유야 어찌되었든지 간에 혼인의 파탄을 자초한 자가 스스로 그 해소를 요구하는 것은 도의관념에도 반하고, 배우자 일방의 의사에 의한 이혼 내지 축출이혼을 조장할 수 있기 때문에 원칙적으로 이를 금하는 법원의 입장이 우선은 옳다고 본다.

다만 이미 파탄된 혼인을 지속시키는 것은 오히려 반도의적이며, 이미 형해화 된 혼인을 유지시킨다면 사실상의 이혼으로 변질될 우려가 있으므로 무조건 이를 금하는 것 역시 문제가 있어 보인다.

이에 법원은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라 하더라도 그 상대방 역시 혼인을 계속할 의사가 없음이 객관적으로 명백함에도 오기나 보복적 감정에서 이혼에 응하지 않고 있을 뿐이라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 예외적으로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권을 인정하고 있다.

민법상 협의이혼이 인정돼 있는 마당에 이혼청구의 상대방 측에도 이혼의사가 명백한 이상 이혼청구를 하는 측의 책임이 있다 하여 이를 부정할 필요는 없다는 취지에서 비롯된 것이다.

예를 들면 상대방이 유책배우자를 간통으로 고소해 유죄판결까지 선고된 경우 혹은 위자료 등의 이혼조건을 제시한 경우 등에는 우선 이혼의사를 객관적으로 표시한 경우라 볼 것이다.

유유희 변호사

이밖에도 법원은 유책배우자의 상대방에게도 중한 잘못이 있는 경우, 즉, 폭력행위의 상대방에게도 폭행을 유발한 어느 정도의 잘못이 있는 경우 등에 있어 예외적으로 이혼청구를 인용하고 있다.

드라마나 소설 속에 곧잘 등장하는, 바람피운 남편에 대한 아내의 절규.

‘누구 좋으라고 이혼해~ 절대 못해줘~ 평생 옆에 두고 괴롭힐거야~ ’ 이 표현은 자칫 오기나 보복적 감정에 의한 것으로 보일 소지가 있어 보인다. 주의하시길.

유유희 변호사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