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인에 토막 살해 당한 한국 여성, 살인이 아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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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여성을 살해하고 시신을 토막 내 유기한 일본인에게 일본 법원이 “살해 의도를 인정하기 어렵다”며 살인죄 대신 상해치사죄를 적용하자 일본 검찰이 항소를 포기했다. 피해자 유가족들은 “한국인에 대한 인종차별”이라고 항의하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일본 언론 등에 따르면 이시카와현 가나자와 지검은 살인과 시체손상·유기 혐의로 기소돼 징역 9년을 선고 받은 이누마 세이이치(61)의 사건에 대해 항소하지 않기로 했다. 지검은 “피해자의 머리가 발견되지 않았기 때문에 사인이 확실하지 않다”며 “항소심에서 판결을 뒤집기는 어렵다”고 항소 포기 이유를 설명했다. 이누마 세이이치는 2009년 3월 주차장에 세워져 있던 차 안에서 한국 여성 강모(당시 32세)씨의 목을 졸라 살해한 뒤 흉기로 머리를 자르고 시신을 트렁크에 넣어 산속에 버렸다.

그러나 유가족들은 “인종 차별의 벽을 도저히 넘을 수 없는 불공정한 재판”이라며 항의하고 있다. 유가족 측은 지난달 27일 열린 재판에서 피해자 친구들을 증인으로 채택하지 않고 가해자 진술을 중심으로 진행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피해자의 오빠 강모(40)씨는 “검찰이 당연히 할 줄 알았던 항소조차 하지 않다니 어이가 없다”며 “다른 나라의 시선이 무서워서라도 그렇게 못 할 줄 알았다”고 말했다. 피해자를 변호한 한국 변호사들도 “이 재판은 아주 세련된 인종차별이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피해자가 한국인 성매매 여성임이 알려지면서 일본 사회에서는 이누마씨를 동정하는 여론마저 생기고 있다.

심영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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