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9년여만에 배럴당 30달러선 넘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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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유가가 9년여만에 배럴당 30달러선을 넘어섰다.

미국 뉴욕상품시장의 서부텍사스산 중질유(WTI)는 14일 배럴당 29.70달러(3월 인도분 기준)에 거래가 시작된 뒤 오름세를 거듭해 30.25달러에 마감됐다. 1991년1월 걸프전 이후 최고치이며 올들어서는 17%나 상승한 가격이다.

◇ 왜 이렇게 오르나〓우선 공급량이 턱없이 부족하다.

동절기 성수기에다 세계적인 경기호황으로 수요는 급증하고 있는데 산유국들의 감산 약속이 예상보다 잘 지켜지고 있다(1월의 경우 78.6%). 이라크가 석유장비 부품 구매에 대한 유엔 제재가 풀리지 않을 경우 원유생산을 더 줄이겠다고 경고한 것이 이날 가파른 상승세를 촉발시켰다.

미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의 총 석유재고량은 현재 23년만의 최저 수준이다. 게다가 주요 산유국들이 감산 시한을 3월이후로 연장하려 하고 있고, 국제 투기자본까지 원유시장에 뛰어들어 유가 상승을 부채질하고 있다.

에너지 위기관리 회사인 피맷 USA의 수석부사장인 존 킬더프는 "OPEC는 지금 자신들?유가 통제능력을 대외적으로 과시하고 있다" 고 분석했다.

◇ 유가 30달러 시대 오나〓가장 큰 변수는 오는 3월2일로 예정된 멕시코.사우디.베네수엘라 석유장관의 3자회동이다.

현행 감산조치의 주역이 바로 이들인만큼 감산지속 여부에 대한 답이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달까지만 해도 감산 연장을 지지하는 쪽이었던 멕시코와 베네수엘라는 최근들어 증산 가능성을 강하게 내비치고 있다.

베네수엘라의 경우 "현 유가수준에 만족하고 있다" 던 기존 입장이 "유가가 지나치게 올랐다" 는 쪽으로 바뀌었다.

미국도 빌 리처드슨 에너지부 장관을 19일 멕시코에 보내 감산연기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강력히 전달할 계획이다.

물론 OPEC내 최대 산유국이자 감산정책을 사실상 주도하고 있는 사우디와 이란.쿠웨이트 등이 각국의 재정상태를 고려해 기존 입장을 고수할 가능성도 있다.

금명간 미국석유협회(API)가 발표할 석유재고량 통계도 관심을 모은다.

고유가 추이는 당분간 계속되겠지만 지나친 고유가는 산유국들로서도 상당히 부담스럽기 때문에 궁극적으로는 3월을 고비로 25~26달러선에서 안정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김현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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