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회 ‘더 뮤지컬 어워즈’] 소리 듣는데 쏟아지는 눈물은 뭐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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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2면

뮤지컬 ‘서편제’는 한국인의 얘기다. 눈물이다, 그리고 한(恨)이다. 주연배우부터 눈이 퉁퉁 붓도록 눈물 흘리고, 보는 관객도 코끝 빨개지도록 눈물을 흘린다. 한국영화 사상 최초로 100만 관객 돌파를 기록했던 임권택 감독의 ‘서편제’ 역시 눈물이었듯, 이를 무대로 옮긴 뮤지컬 ‘서편제’도 그러했다.

 ‘서편제’는 한국 창작뮤지컬의 높은 성취를 보여주었다. 판소리라는 한국적 콘텐트가 춤과 노래가 어울리는 뮤지컬 무대에서도 당당히 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제작비 23억 원. 조광화 극본, 이지나 연출에 ‘광화문 연가’로 상을 받은 김문정 음악감독까지 뮤지컬 ‘드림팀’이 내놓은 결과물에 평단이 박수를 보냈다. 캐스팅도 화려했다. 차지연·이자람·민은경이 여주인공 송화 역을, 서범석·JK김동욱·홍경수가 아비 유봉 역을 맡아 열연했다. 차지연과 이자람은 각각 여우주연상과 여우신인상을 받았다.

 뮤지컬 ‘서편제’의 얼개는 영화와 비슷하다. 진정한 소리를 찾기 위해 소리꾼 아비 유봉은 의붓딸 송화의 눈을 멀게 한다.

 “한을 속으로 삭혀. 그리고 그 소리를 뱉어내.”

 송화는 아비의 뜻에 따라 득음(得音)을 향한 고행 길을 걷고, 그런 아비와 옛 소리에 반발한 의붓동생 동호는 집을 뛰쳐나간다. 영화와 달리 뮤지컬에선 동호가 미8군 무대를 거치며 로커로 변신한다. 영화에서처럼 애절한 서편제 소리가 쏟아지는 한편, 서양식 뮤지컬 넘버들도 맛깔스럽게 어우러진다. 동호가 대중가요 스타로 뜨는 설정이기에 판소리와 뒤섞이는 대중음악이 전혀 어색하지 않다. 옛 소리와 현대 음악이 충돌하고 대결하는 듯한 구도 속에서 묘한 조화가 이뤄진다.

 뮤지컬 ‘서편제’는 전통적인 소재를 통해 전통적인 한(恨)의 정서를 말한다. 대형 한지 칸막이를 늘어뜨려 만든 무대 장치는 독창적이었다. 배우들의 흰 전통 의상은 얼핏 단조로워 보이지만 조명 아래에서 채색 산수화 같은 아름다움을 그려냈다.

 ‘서편제’는 한국 창작 뮤지컬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우리 전통의 아름다움을 깊이 있게 그려내면서도 현대적인 감각으로 요리해냈다는 평가다. 그러나 아쉽게도 흥행은 되지 않았다.

지난달 세상을 떠난 제작자 조왕연 피앤피컴퍼니 대표는 생전 “해외 라이선스 뮤지컬만 우대받고 있는 국내 공연계의 현실이 안타깝다. 서양 음악의 기본 요소는 받아들이되 가장 한국적으로 만들어 세계에 내세울 작품을 만들기 위해 서편제를 기획했다”고 밝혔다.

◆특별취재팀

문화스포츠 부문=최민우·이경희·정강현·김호정 기자
영상부문=양광삼·김도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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