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현지법인도 불법대출 공모 의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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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부산저축은행그룹 비리 사건을 수사 중인 대검 중수부는 캄보디아 신공항·도시개발사업의 현지법인인 월드시티와 NSRIA가 부산저축은행의 불법 대출 과정에 관여한 정황을 포착하고 조사를 벌이고 있다. 이에 따라 검찰은 이들 현지법인 대표를 사법처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7일 알려졌다.

 검찰에 따르면 인천국제공항공사 개항 당시 단장을 지낸 이모 대표는 2004년부터 캄보디아 프놈펜에 한국형 신도시를 건설하는 ‘캄코시티’ 사업을 추진했고 부산저축은행의 투자를 받아 현지법인 월드시티를 설립했다. 앙코르 와트 유적지 인근에 신공항을 개발하는 사업을 추진해온 NSRIA는 리스A&A와 캄코에어포트의 합작회사다. 캄코에어포트는 부산저축은행이 설립해 운영한 특수목적법인(SPC)이다. 월드시티 이 대표는 리스A&A의 설립에도 관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검찰은 부산저축은행 측이 캄보디아 사업을 위해 SPC들에게 4962억원을 불법 대출하는 과정에서 이들 현지법인도 공모한 단서를 잡고 투자금이 실제 부지 구입 및 개발사업에 쓰였는지, 정당한 금액이 지급됐는지 등을 확인하고 있다. 검찰은 또 캄보디아 불법 대출의 통로 역할을 한 SPC 대표들에 대해서도 얼마나 깊이 개입했는지를 조사하고 있다.

 앞서 검찰은 지난달 26~27일 예금보험공사 직원과 대검 국제협력단 소속 검사를 현지에 파견해 캄보디아 검찰, 금융정보분석원(FIU)과 수사 공조 문제를 협의했다. 검찰 관계자는 “현지법인 측은 부산저축은행이 자금조달 파트너 역할만 했다고 주장하고 있어 실제 자금 흐름을 밝혀내는 것이 중요하다”며 “우리나라 사법권이 미치지 않아 캄보디아 당국의 협조가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부산저축은행 김양(59·구속기소) 부회장과 산경M&A 김성진(59·불구속기소) 대표가 SPC를 운영한 방식도 검찰 수사를 통해 드러났다. 산경M&A는 부산저축은행의 SPC 설립을 주도한 회사다. 이들은 지인의 이름으로 SPC를 설립한 뒤 회사 명판과 법인 인감을 찍어둔 대출서류에 자필로 서명하게 한 것으로 조사됐다.

 SPC 대표를 지낸 A씨는 “부산저축은행이 ‘향후 일어날 모든 문제를 책임지겠다’고 해 내 명의로 SPC를 설립하는 데 동의했고 이익분배도 약속 받았다”고 말했다. 다른 SPC 대표 B씨도 “이름을 빌려주고 월급을 받았을 뿐이며 경영판단이나 자금집행은 모두 부산저축은행이 했다”고 했다.

  이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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