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현의 전쟁사로 본 투자전략] 바르샤바의 시민 봉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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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0면

무려 5년 동안 나치의 군홧발에 짓밟혔던 폴란드 바르샤바의 시민은 1944년 8월 일제히 봉기했다. 독일군이 동부전선에서의 연이은 패배로 전력이 많이 약해졌다는 나름의 확신에다 소련군이 오기 전 자신들의 힘으로 조국을 해방시키겠다는 신념에서였다. 당시 독일군은 소련군의 대공세에 밀려 막대한 병력과 장비를 잃은 뒤였고 소련군이 바르샤바 부근까지 진격한 상황이었던 만큼 소련군의 협조만 얻는다면 봉기가 성공할 가능성은 충분해 보였다.

 하지만 신속하게 투입된 독일군 친위대는 바르샤바 시민 봉기를 매우 잔인하게 진압한다. 소련군은 눈앞에서 진행된 시민 봉기를 수수방관할 뿐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영국 총리 윈스턴 처칠이 바르샤바 시민을 돕기 위해 온갖 노력을 했지만 스탈린의 도움을 이끌어 내는 데 실패한다. 미국마저 소련의 눈치를 보느라 시민봉기군에 대한 지원에 매우 소극적이었다. 결국 보잘것없는 소화기로 무장한 게릴라 군이 중화기로 무장한 독일 친위대에 대항해 혼자 싸우는 셈이 돼 버렸으니 결과는 뻔한 형국이었다.

 자신의 손으로 조국을 해방하고자 분연히 일어선 바르샤바 시민의 행동은 매우 영웅적이었다고 평가할 만하다. 그러나 시대의 흐름에 부합하는 행동으로 보기는 어렵다. 당시 연합국 지도자들은 세계대전 이후의 유럽 판도에 관심이 쏠려 있었고, 욕심 많은 스탈린이 폴란드 국민의 손에 폴란드를 돌려줄 리도 만무했다. 스탈린의 입장에서는 폴란드 애국시민들을 돕기 위해 아까운 소련군 병사의 목숨을 희생시킬 이유가 없었으니 ‘굿이나 보고 떡이나 먹자’는 태도로 일관한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개인투자자는 나름의 확신과 신념을 가지고 여러 ‘개별종목’에 투자한다. 개별종목이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이 종목들은 시장의 추세와 주도 업종과는 무관하게 독자적인 뉴스와 재료에 의해 주가가 움직이는 특징이 있다. 그 때문에 일부에서는 개별종목을 선호하는 개인투자자를 ‘게릴라 투자자’라고 부르기도 한다.

 아무리 개별종목이라 하더라도 시장의 주도적인 흐름과 함께하지 못하는 종목이 자신의 재료만으로 시장에서 제 가치를 인정받기는 매우 어렵다. 주가가 추세적으로 상승하기 위해서는 주식시장의 수급을 좌지우지하는 기관과 외국인투자자의 개입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개별종목에 투자한 개인투자자는 기관투자가가 시장의 흐름과는 상관없이 그 기업의 가치를 알아주길 바라지만 무엇보다 ‘추세와 주도주’를 중요시하는 기관투자가가 개별종목의 가치에 큰 관심을 갖는 일은 많지 않다. 시대의 흐름과 같이하지 못하는 게릴라를 기다리는 운명은 ‘용감한 괴멸’일 뿐이다.

김도현 삼성증권 프리미엄상담1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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