큐레이터 협회 가입자격 싸고 미술계 논란

중앙일보

입력

최근 주비위를 결성한 한국 미술관 큐레이터 협회를 둘러싸고 미술계가 시끄럽다. '큐레이터' 의 범위를 정하는 문제 때문이다.

주비위는 발기 모임에 앞서 국.공립 미술관과 서울 시내 주요 미술관 학예연구원들에게 가입 여부를 타진하는 공문을 보냈다. 그런데 여기에는 모 화랑 큐레이터 2명이 포함됐다. 상업화랑에 있을지라도 미술관 근무경력이 3년 이상이면 가입자격을 준다는 것이다.

일부 미술관 큐레이터들은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화랑 큐레이터를 왜 넣느냐" 며 볼멘 소리다. 서구에서도 미술관 큐레이터와 화랑 갤러리스트를 엄격히 구분한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큐레이터' 라는 미술관의 고유 용어가 남발되는 현실에 대한 불만이 깔려 있다.

인디(독립) 큐레이터를 배제한다는 방침도 구설수에 올랐다. 큐레이터가 미술관 학예연구원인지 아니면 전시기획자인지 확실히 하고 넘어가야 한다는 지적이다.

가령 발기인 중 A씨는 미술관에 3년 넘게 근무했지만 전시 기획은 한번도 해보지 않았다. 그런가 하면, 미술관에 적을 두진 않았지만 전시 기획을 활발하게 하고 있는 B씨는 아예 회원자격이 없다. 이런 모순때문에 아예 '전시기획자 모임' 을 따로 만들자는 이들마저 있다.

이에 대해 주비위는 "미술관 문화 정착이 협회의 가장 큰 목표이므로 미술관 근무 경력을 우선시했다" 고 설명한다.

전시 기획도 큐레이터의 중요 업무 중 하나지만 연구.교육.소장품 보존 등 미술관 전반을 파악하는 것이 필수라는 것이다. 모처럼 미술계에서 한 목소리를 낸 일이 궤도에 오르기도 전에 분열 조짐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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