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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저축은행 로비스트 박태규, 빨리 귀국시켜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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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박태규. 부산저축은행의 정·관계 로비스트로 알려진 인물이다. 검찰 수사가 본격화된 지난 3월 해외로 달아났다. 지난해 6월 부산저축은행이 KTB자산운용을 통해 포스텍과 삼성꿈장학재단에서 500억원씩을 투자받아 유상증자를 성사시켜 주고 6억원의 성공 보수를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지난해 이 은행이 퇴출 위기를 맞자 정치권 인사를 두루 접촉해 구명(救命)활동을 펼친 의혹도 사고 있다. 정치권에선 “박씨가 입을 열면 불편해질 사람 많다” “뒤에 봐주는 유력 정치인이 있다”는 말이 떠돈다. 얽히고 설킨 사건의 매듭을 풀어줄 단서를 박씨가 쥐고 있다는 얘기다.

 그의 정체는 베일에 싸여 있다. 나이·출신지·경력 등이 전하는 사람에 따라 엇갈린다. 다만 정·관계는 물론 법조계·언론계·재계 고위층에 폭넓은 인맥을 쌓고 모임을 주선한 거물 브로커였다는 증언들은 모두 일치한다. 부산저축은행 사건이 정·관계 인사가 개입된 ‘게이트’로 번지는 상황에서 박씨는 몸통으로 연결되는 고리 역할을 했다는 주장이 나오는 배경이다. 박씨의 신병 확보에 수사의 성패(成敗)가 걸렸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는 캐나다로 도피한 것으로 파악된다. 검찰은 인터폴(국제형사경찰기구, ICPO)에 수배를 요청했다고 한다. 인터폴은 국가 간 범죄정보를 교환하고 범죄인 검거를 돕기는 하지만 강제 수사권이나 체포권은 없다. 지난 4월 발생한 현대캐피탈 고객정보 해킹 사건의 유력한 용의자는 4년째 적색 수배(red notice) 상태에 있지만 붙잡히지 않고 있다. 수배가 내려진다고 국내 강제송환이 담보되는 게 아니라는 뜻이다.

 인터폴 수배와 함께 보다 실효성 있는 조치를 강구해야 한다. 캐나다와 맺은 범죄인 인도조약을 활용해 자진 귀국을 압박하는 한편 국제 사법공조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지난 대선 직전인 2007년 11월 이른바 BBK사건의 핵심 김경준씨를 국내로 강제 송환했던 전례가 말해준다. 박씨를 외국에 방치하면 쓸데없는 의혹만 커진다. 사건의 본질은 흐려지고 정치 폭로전으로 변질될 공산이 있다. 박씨를 조기에 귀국시켜 수사를 진전시키고, 하루라도 빨리 국민 앞에 진상을 밝혀주기 바란다.